막둥이의 첫 그림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29)

by 소방관아빠 무스

어린이 집에 다녀온 막둥이와 놀아주면서 나는 막둥이의 특성(?)을 또 하나 파악했다. 쉴 새 없이 놀아달라고 하고 새로운 놀이를 찾아 움직이는 것은 그 또래들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림'에 대해 싫증 내지 않고 '그림 놀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또래 아이들이면 누구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벽지와 마루에 온통 낙서를 하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예사이긴 하지만 막둥이는 위의 언니들을 키울 때와는 달리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temp_4_1544729331.jpg (모자(위)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아래)-어린 왕자 중에서)


아이의 특성을 일찍 파악한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아이의 성향이나 특성을 일찍 파악하면 아이의 미래를 대비하고 교육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생떽쥐베리가 그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먹고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의 모습을 그렸는데 어른들은 모두 모자를 그린 것이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자신이 일찍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게 되었노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우리 막둥이가 자기만의 재능과 특성을 살려 미래의 인생을 그리는 데 있어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막둥이의 상상력과 재능을 알아보고 그걸 살려주고 싶은 마음은 그 어느 부모와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나는 막둥이와 그림 놀이를 하면서 최대한 놀아주려고 했다.(사실 나나 집사람이나 그림엔 그다지 소질이 없다, 그렇다면 막둥이의 그림에 대한 열의? 는 한순간 지나가는 바람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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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와 아빠가 가열차게? 그림 놀이한 흔적들~)


처음에는 보통 애들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대놓고 색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물의 얼굴과 옷 상관없이 일명 '황칠'을 하는 것이었다. 대놓고 크레파스로 문지르다 보니 옷과 손에 크레파스가 묻어 엄마에게 혼나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일차원적 그림, 즉 점과 선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계속 황칠을 하던 중에 최초의 이차원적 그림, 정말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어린이집에서 그려 가지고 왔다. 바로 우리 막둥이 최초의, 첫 그림이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KakaoTalk_20230109_155522295.jpg (막둥이가 최초로 그린, 그림다운 그림)


피자를 먹고 싶었던 것일까? 내 눈에는 외계인?이 피자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사실 막둥이에겐 이 그림이 무얼 그린 그림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첨에 너무 신기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놓았을 뿐이다. 하기야 생떽쥐베리가 만난 그 어른처럼 작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어른의 해석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막둥이가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막둥이가 자기가 그린 그림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나와 30분 이상 그림 놀이를 할 때도 있고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뭘 갖고 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공주 색칠놀이와 스케치북과 파스넷을 갖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물론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산타 양말 안에 파스넷을 넣어놓았다. 공주 색칠 놀이와 스케치북은 양말 안에 안 들어가서 그냥 바닥에 놓아두었다.~^^;;, 고맙게도 아직은 산타가 먹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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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산타와 싼타 양말~)


어쨌거나 막둥이가 그림 그리는 놀이의 재미를 알고 그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게 유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전공이 되거나 나중엔 자기의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쳐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괜찮다. 성장하면서 한 명, 두 명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세상엔 이런 재미난 일도 있구나 하는 것을 하나씩, 둘씩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을 때, '어릴 때 이런 재미난 일을 아빠와, 혹은 엄마와 함께 했었지' 하는 조그마한 추억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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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다양한 미술놀이를 해 보고 있는 막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