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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Jan 22. 2019

다시 시작된 폭식증, 다시 시작하는 식이장애 고치기

이번엔 더 한 놈이 왔다. 그러나 한 번 고쳤으니 또 고칠 수 있겠지

폭식증 극복 경험담에 대해 쓴 글의 조회수가 예상 밖으로 굉장히 높아서 놀랐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식이 장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걸까. 어디선가 미국 20대 여성의 60% 이상이 식이 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매일 먹는, 먹어야만 하는 음식과의 관계로 인해 10명 중 6명 이상의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식이 장애가 완전히 고쳐질 수 있을까?


폭식증을 많이 극복했지만, 그동안에도 야금야금 몇 번씩 폭식을 하고는 했다. 예전처럼 매일 미친 듯이 폭식을 한 것이 아닌 만큼 폭식 후에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더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 다 먹었으니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달랠 줄 알게 되기는 했지만, 폭식증의 그림자는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쉬고 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취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폭식, 그놈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에서 삼일에 한 번, 그리고 결국 매일 밤 자기 전. 설탕이 가득 들어간 음식을 입에 몽땅 밀어 넣기 전에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어, 누웠다가도 옷을 입고 근처 슈퍼에 가서 음식을 사 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몸무게도 갑작스럽게 3KG 정도 늘었다. 원래 유지하던 몸무게에서 폭식으로 인해 10KG 가까이 찌고,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폭식 때문에 살을 빼지 못하던 예전 생각이 났다. 주변에서도 '요즘 운동해? 살 좀 쪄서 더 건강해 보인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10KG를 어떻게 감량했는데. 폭식증과 더불어 몸무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찾아온 변형된 폭식증은 바로 '씹고 뱉기'였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역시나 '씹고 뱉기'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 덧붙이자면 씹고 뱉기는 말 그대로 음식을 씹어서 맛만 보고 살찌지 않게 뱉는 식이장애다. 씹고 뱉기의 문제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정말 많은 양의 음식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많이 씹기 때문에 턱도 아프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목도 아팠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육체적, 심리적으로 아프게 하는 일을 내 돈 들여가며 왜 하는 건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녁에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초콜릿, 초코칩 쿠키, 비스킷 생각 외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씹고 뱉기를 연달아 4일째 하고 나서 문득 거울을 보니 정말 비참해 보이는 내 얼굴이 보였다. 게다가 식이 장애의 영향인지 뭔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5만 원어치의 간식을 사놓고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기계적으로 음식을 씹고 다시 뱉어내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이 찌기 싫어 음식을 다 뱉어내면서 정작 피부는 두드러기 투성이로 만들어내는 내가 모순처럼 느껴졌다.


대체 나는 왜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음식으로 비정상적인 행위를 할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던질 때가 된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식이장애를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혹시 모를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나와 함께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아마도 몇 번 더 폭식, 그리고 씹고 뱉는 행위를 하게 될 것 같다. 한 번 마음먹는다고 바로 고쳐지면 너무 쉬우니까. 대신 이 글을 쓰는 지금을 기준으로 폭식 욕구가 들 때는 도대체 '왜' 그런 욕구가 드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꼭 가질 것이다. 다음 글은 부디 더 건강해진 상태에서 적는 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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