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마살 Oct 15. 2018

우울증 극복기 - 나의 심리 상담 경험

대학교 1학년 말부터 시작된 우울증은 그 해 겨울방학에도 지속되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사람 만나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고 힘들었다. 그 상태로 2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다. 최소한으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3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강의를 넣었다. 시간표가 왜 그 모양이냐는 동기들에게는 ‘학교 너무 멀어!’라고 징징댔지만, 사실은 학교가 먼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만나서 교류하는 것이 무서웠다.


학교를 다니면서 가족들에게는 짜증만 냈다. 원래 사근사근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때는 유난히 더 수시로 화를 내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보다 못 한 엄마가 그렇게 힘들면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했다. 심리 상담이라는 것은 생소했지만,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기에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5월 즈음부터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씩.


상담사 선생님 앞에 앉아서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하게 된 것, 그때의 감정,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들 등. 항상 얘기를 하다 보면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 상담소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기만 해도 눈물이 나려고 코가 싸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리 상담은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혹여나 상담을 염두에 두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마음을 접을까 봐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상담 말고도 여러 가지이고, 사람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라는 것이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100 명의 우울한 이들이 있다면 100가지의 해결책이 있다. 


나는 이미 내가 우울한 것도, 우울한 원인도 알고 있었고, 상담을 통해서 그 우울함을 극복할 만한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상담은 나의 우울증의 원인을 해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반복해서 내가 수술을 한 이야기, 수술 후유증으로 입원해 있던 이야기, 등을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조언을 듣는 것도 아닌,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약 6회 간의 상담 끝에 그만두게 되었다.


심리 상담 치료의 장점은 완벽한 타인을 상대로 내 이야기를 하기에 보다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주변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비밀 보장이라는 이름 하에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속마음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우울증에 직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약간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처럼 그 불편함이 지나치게 커 지고, 상담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과해진다면, 다른 상담사를 찾거나,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을 겪어 본 사람을 알 것이다. 우울한 마음이 사라진 것 같다가도 얼마나 쉽게 야금야금 나의 마음을 지배해 오는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게 느껴지는지. 특정 상담사와의 치료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면, 기껏 치료를 다짐한 연약한 마음이 다시 닫히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OUT in Lond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