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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Feb 09. 2019

당신은 나의 이런 모습마저도 좋아할 수 있는가

사랑은 때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난 늘 연애라는 것이 불편했다. 늘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 상대에게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한 연애는 늘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본모습을 밝혀야 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내가 좋아해서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아닌가. 


나는 내향적인 사람인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매우 외향적인 사람들이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친구도 많아 보이는 그들 앞에서 나는 때로 작아지곤 했다. 


내 몸에는 큰 흉터가 있다. 흉터를 지우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는데 생긴 지 6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예쁘지 않은 흉터가 있다. 그 흉터 생각을 할 때면 나는 언제나 작아진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을 입에 넣고 보는 폭식증을 앓았고, 폭식증으로 몸무게가 급히 늘었던 적이 있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더 심하게 폭식증을 앓은 경험이 있다.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폭식증을 들키는 상상을 하면 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며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버리고 싶다. 


연애를 하면 나를 좋아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자존감이 높아진다는데, 어떻게 된 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약한 모습을, 어두운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자존감이 더 낮아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나의 이런 부분을 알게 되어도 여전히 나를 좋아할까, 나의 이런 모습마저도 좋아할 수 있을까, ' 등의 의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그럴 때면 나만 알고 싶은 나의 단점은 유난히 커 보이고, 그 단점을 가진 나는 유난히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내가 좋아하는 당신에게 숨기고 싶은 큰 흉터가 있다면, 나는 그 흉터를 보고 어떻게 반응할까? 못생겼다고, 흉측하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볼까. 아니면 그렇게 큰 흉터라니 아팠겠다고, 그런 상처를 견뎌낸 당신이 대견하다고 말하며 꼭 안아줄까. 


당신이 나와 같은 반응을 할 것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당신을 힘껏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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