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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pr 16. 2019

간절히 바라는 마음 앞에 이렇게 작아진다

취업 너란 놈 

해외 취업을 외치며 런던에 왔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외국인에게 비자를 지원해 주는 회사는 대부분 유명한 대기업인데, 물론 그런 기업은 현지인들과 유러피안들도 가고 싶어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남들보다 더. 더. 더. 뛰어나지 않은 이상 굳이 비자를 지원할 필요 없는 자국민이나 유러피안들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영국도 학벌주의가 은근히 심해서, Oxford, Cambridge 학생들을 굉장히 선호한다. 해외 취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온 것이지만, 막상 서류에서 계속 탈락하다 보니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서류 합격을 기대하지 않은 회사에서 1라운드 면접 연락이 왔다. 1라운드 면접까지 남은 기간은 일주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면접 준비를 했다. 1라운드 2차례의 면접을 마치고 '아, 떨어졌겠다' 싶었는데 그다음 날 2라운드 면접 날짜를 고르라는 메일이 왔다. 2라운드 면접까지 남은 기간은 약 삼 주. 기대도 하지 않던 회사였는데 2라운드 면접의 기회와 3 주의 준비 기간이 주어지니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가 바쁘지 않은 기간이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계획을 모두 접고 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얼마 전 2라운드 3차례의 면접을 봤다. 근 한 달간 그 회사의 면접 준비만 한 셈이다. 


면접을 모두 마치고 나오는데 2,3 working days 안에 합격/불합격 연락을 준다고 했다. 오늘이 그 이틀째 되는 날. 과장이 아니라 혹시라도 전화를 받지 못할까 봐 하루 종일 폰을 손에 쥐고 다니고, 계속 심장이 너무 떨려서 이러다가 심장에 무리 와서 취업이고 뭐고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오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미 working hour가 끝난 시간이니 아마 내일이나 혹은 모레 연락을 주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연락이 올 때까지 심장과 폰을 부여잡고 있겠지.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가 정말로 작게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내 합격/불합격 여부가 이미 결정이 났음에도 오늘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미룬 걸 수도 있는데, 내게는 그 전화 한 통이 하루의 전부였다. 아마 내일도 전전긍긍할 테니 내일도 나의 전부가 되겠지. 취업이 뭐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게 되면 사람 때문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게 뻔한데 그것을 위해서 이렇게 마음 졸여하는 내가 정말 작게 느껴졌다. 내일은 전화가 오려나. 올 거면 좀 일찍 왔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심장 불편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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