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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pr 16. 2019

폭식증 및 습관성 과식증 극복기-습관을 끊기

점점 폭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나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던 폭식. 잠잠해지나 싶더니 스트레스, 폭식, 더 스트레스, 더 폭식의 악순환이 몇 달간 반복되었다. 살도 찌고, 위장도 아프고, 비참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슬퍼하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폭식증 극복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 해결이 된다면 얼마나 편리하랴. 


그냥 나의 의지를 믿고 폭식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다는 것은 무의미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머릿속이 마구 엉키는 기분. 엉킨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내기 위해서 필요한 음식. 씹는 행위. 맛도 느끼지 못하고, 배부름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눈 앞의 음식을 내 입 속으로 집어넣어야 머릿속이 비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멈추지 못하는 폭식.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폭식 일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내가 언제 폭식 충동이 들었는지, 그전에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육체 활동이 있었는지, 내 감정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기록했다. 폭식 충동이 들 때면, 설령 폭식을 하더라도 일단 노트북을 켜고 폭식 일기를 작성했다. 일기를 작성하고 나서도 폭식이 하고 싶으면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대신 폭식 후의 기분을 실컷(?) 느꼈다. 뒤늦게 느껴지는 기분 나쁜 배부름, 자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모두 느꼈다. 


폭식 일기를 작성하다 보니, 나는 채 3일을 폭식 없이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틀 아주 잘 지내다가 결국 삼일 째 되는 날 폭발하고, 무너지고. 그래서 일단 목표를 잡았다. '3일만 폭식하지 말고 참아보자. 4일째 하자.' 겨우 하루 더 폭식하지 않은 게 뭐 그리 어렵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습관이란 정말 무섭다. 하루 이틀은 무난하게 넘어가도 3일째 저녁에 그렇게 무너졌다. 어렵사리 3일 폭식하지 않고 넘겼다. 그러고 나니 4일, 5일, 일주일이 그냥 넘어가졌다. 일주일째 되는 날, 어떻게 일주일이나 폭식을 하지 않고 넘겼지 생각해보니 마의 3일을 넘기고 보니 폭식 생각이 서서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습관. 일단 습관을 깨고 내가 해오던 패턴과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폭식을 그만두게 되었냐고? 인생이 그렇게 쉬울 리가. 면접일이 다가오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자 다시 폭식을 하게 되었다. 면접을 마친 날에도 보상 심리와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겹쳐 하루 종일 음식을 입에 달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3일' 도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을 또 넘기고 나자 폭식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단 음식이 먹고 싶다가도 '아, 됐어'라며 마음을 돌린 적도 있게 되었고, 애초에 단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지 않았다. 역시 폭식은 폭식을 부르고, 건강하지 못 한 단 음식은 또 더 강한 자극의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는 것임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내다가 또 어느 한순간 스트레스에 굴복해서 무너지고 폭식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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