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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Jun 18. 2019

어느덧 런던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 곳의 무엇이 가장 그리울까 

' 나 꼭 런던에서 살 거야.'

20살 겨울, 처음으로 방문한 런던이라는 도시는 순식간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살면서 반드시 한 번을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문화, 바빠 보이는 거리의 사람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탬즈 강과 런던 아이, 모던한 건축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들, 그리고 런던과 너무 잘 어울리는 빨간 이층 버스. 


24살, 나는 마침내 런던에서 살게 되었다. 여행자로서 방문한 런던과 거주하기 위해 방문한 런던은 사뭇 달랐다. 처음 몇 주간은 들뜬 마음이 가장 컸지만, 1년을 이 곳에서 살면서 기가 막힌 교통 체증, 툭하면 파업하는 지하철, 예고 없이 바뀌는 버스 노선, 1년 내내 공사 중인 거리,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집 구조, 비싼 물가 등으로 스트레스받으면서 역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존재하며 완벽한 도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의 교통과 소음에 지쳐갈 때쯤이면 다른 도시를 방문했다. 오슬로, 세비야, 파리, 등. 런던을 떠나는 순간에는 좋았지만 그새 이 정신없는 도시에 정이라도 들었는지, 아니면 첫사랑은 역시 잊기 힘든 건지, 금방 런던이 그리워졌고, 런던에 돌아오고 나면 '역시 런던이 좋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다시 런던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하긴 했지만.


이제는 런던을 떠날 때가 되었다. 1년, 참 빠르게 흘러갔다.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잊힌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이제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이 도시를 마음속에 꼭꼭 담아 놓아야겠다. 많은 것들이 그립겠지. 그중에서도 여름날 밤, 밤 9시가 다 되도록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깨끗한 하늘.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집 안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빗소리. 그 하늘의 모습과 빗소리가 가장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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