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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Jun 27. 2019

그래, 나는 여전히 런던이 좋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이제 런던을 떠날 때가 되었다. 1년 전, 런던에 막 도착해서 학교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때가 새삼 생각이 난다. 나는 

"넌 왜 런던에 왔어? 졸업하고 런던에 머물고 싶어?"

라는 질문에 

"런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야. 나는 런던에서 직장을 구하는 걸 목표로 할 거야."

라는 답을 하곤 했었다. 

"런던 날씨가 이렇게 안 좋은데 여기서 살고 싶다고?"

라는 질문에는 

"나는 이런 날씨가 좋아. 나는 서늘하게 바람 부는 쌀쌀한 날씨가 제일 좋아."

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보다 더한 교통 체증과 더웠다, 추웠다, 비 왔다, 통 종 잡을 수 없는 날씨, 살인적인 물가, 기대보다 닫혀있고 보수적인 문화에 질려 점점 런던에서 마음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딱히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특정 도시에 정착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런던은 거주하기에 그렇게 좋은 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막상 떠날 때가 되니 그래도 뭔가 섭섭하고 한 동안 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런던으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짐 싸고 공할 갈 시간도 촉박한데 40분이나 버스를 타고 워털루 다리에 갔다. 오랜만에 가는 워털루 다리. 5년 전, 처음 들른 런던이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져 그 이후로 매년 런던을 방문했다. 유명 관광지는 이미 다 둘러본 지 오래였지만, 런던이라는 도시는 그냥 그 속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익숙하고 또 새로웠다. 마냥 좋았다. 워털루 다리에 가니 새삼 그때 생각이 났다. 내가 런던을 사랑하게 된 그 자리. 오른쪽으로는 탬즈강과 사우스 뱅크, 그 한가운데 런던 아이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샤드와 OXO빌딩, 소머셋 하우스가 보이는 그 다리. 런던 답게 다가오는 7월이 무색하게 부는 싸늘한 바람에 나는 다시 한번 런던에 설렜다. 


그래, 나는 여전히 런던이 좋다. 이대로 떠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이 곳에서 맺은 인연들과 다시 이 멋진 도시에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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