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정류소 건너편에는 불란서 베이커리가 있다. 그 베이커리 쇼윈도 안에는 4층 진열장이 언제나 환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고, 그 진열장 안에는 색색의 화려한 케이크들이 그 달콤함을 뽐내고 있다. 두 소녀는 매일 저녁 그 베이커리 케이크 진열장 앞에 서서, 케이크 위에 올려진 크림의 부드러운 물결을 감탄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는 한다. 그 하얀 물결들은 이리저리 굽어지고 꼬불거리며 물방울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나비도 만든다.
언니.
응?
언니도 이 안의 케이크들 먹어보고 싶지? 맛있을까? 대게 폭신할 거 같지? 부드럽구?
먹어보고 싶어?
응. 언니도 먹어보고 싶지?
응. 언니가 나중에 크면 사줄게. 아마 굉장히 달콤할 거야. 약속할게.
두 소녀는 매일 진열장 밖에서 케이크들을 보며 그 달콤함을 상상해 본다. 언니도 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 어린 소녀는 케이크를 먹어보고 싶다는 말을 엄마에게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엄마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면, 어둠이 짙게 내린 늦은 저녁에나 집에 돌아온다. 언니 말로는 엄마는 매일 똑같은 곳을 가는 게 아니라서, 나갔다 돌아오는 시간이 매일 바뀌는 거라고 했다. 언니는 그런 엄마를 꼭 버스 정류소에 나와서 기다리고 싶어 한다. 우리가 이렇게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야만, 엄마가 늦은 저녁에라도 집에 돌아올 거라며,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대는 내게 언니는 늘 초조한 얼굴을 한 채 말하고는 한다.
엄마가 집에 안 돌아올 수도 있어?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런데 왜 우린 매일 여기 나와서 엄마를 기다려?
그냥. 엄마가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까 봐,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걸 생각하며 오라고, 용기를 주는 거야.
아아, 용기.
두 소녀가 서로에게 그렇게 온기를 불어넣으며 종알거리는 사이, 멀리서 버스 한 대가 버스 정류소 입구로 들어섰다. 엄마가 타고 올 19번 버스였다.
언니, 19번 버스!
어, 그렇네. 엄마가 이번 버스에는 있으면 좋겠다. 그치?
응.
두 소녀의 눈길이 멈춰 선 버스에 맺혀졌다. 치익- 소리와 함께 멈춰 선 버스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버스의 불빛을 뚫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