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원룸 현관을 나서던 길이었다.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관문 옆에 놓인 상자 안에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허술히 열려있는 원룸 빌딩 출입문 틈으로 들어와, 1층인 내 현관문 옆 상자 안에서 밤새 추위를 피하고 있었던 듯했다.
너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됐니.
우선은 강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강아지는 추위에 조금 지쳐 보였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털도 깨끗하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물을 주었더니 잘 마시기는 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갈증을 참아낸 상태도 아닌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이 강아지가 원래 살던 집이, 내 집 근처에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강아지를 보살피며 며칠 동안 집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강아지를 찾는 벽보는 보이지 않았다. 우선은 그렇게 며칠을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나자 조금 조바심을 느끼게 된 나는, 혹시 이 강아지가 큰 도로를 건너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집 앞을 조금 걸어 나가야 보이는 큰 도로를 건너, 그 주변에 혹시 강아지를 찾는 벽보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한참을 이 골목 저 골목을 서성이다보니 한 편의점 앞이었다. 목이 말라오던 참이었기에, 음료수라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려던 순간, 내 손에 안겨있는 강아지의 사진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강아지의 뽀얀 얼굴이 담겨있는 종이가 편의점 유리벽에 붙어 있었던 거였다. 강아지도 자신의 얼굴을 알아봤는지 내 품에 안겨 멍멍 짖어댔다.
그래. 드디어 찾은 거 같다, 네 주인.
그렇게 나는 종이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했지만, 강아지의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주인의 연락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늦은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강아지 주인이 연락을 해왔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현재 지방에 내려와 있어, 강아지를 직접 데리러 가지 못한다고, 내일 오전에 사촌동생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일요일 오전 열 시 그 편의점 앞에서, 강아지 주인의 사촌동생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일요일 오전 시간이어서 그런지 도로는 한가했다. 골목길마저도 적막감이 감도는 듯했는데, 정이 든 강아지를 보낼 생각에 잔뜩 가라앉은 내 마음을 닮은듯한 풍경이었다. 그래도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편의점이 있는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섰다. 편의점 앞에는 이미 그 사촌동생이라는 사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한 여자가 서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익숙한 사람이라도 본 듯,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멍멍 짖어대기 시작했고, 여자가 나와 강아지 쪽으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