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만나는 아버지인지 모르겠다. 내 옆에 앉아서 내 손등에 손을 올려주시는데, 그 보들보들하면서 투박한 살갗 느낌이 반가워 눈물을 흘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려는데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나이가 몇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 울보야.
아직 들 여물어서 그래요. 그러니 더 여물 때까지 좀 기다려주시지, 왜 그리 빨리 떠나셨어요. 전 매일 아버지 생각하는데, 왜 이리 얼굴을 안 비추세요.
아버지는 말이 없이 그저 나를 보며 웃으셨다.
아버지, 너무 그리웠어요. 이렇게 아버지와 3일만 더 같이 지내고 싶어요. 조금만 더 제 곁에 있어주세요. 앞으로 딱 3일만이라도 제게 늘 이렇게 와주세요, 제발요.
간절한 내 목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는 한 번 더 미소를 지으시더니 고개를 끄떡이셨다. 기쁜 마음에 와락 아버지를 안으려는데, 내 손이 허공에서 멈춰지질 않고 허우적거린다. 아! 아버지..
꿈이었는지 실제였는지, 너무 생생한 손등의 느낌과 눈가에 남은 눈물자욱이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아버지는 이미 내 곁을 떠나신 지 오래니, 이는 필히 꿈이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 모든 영혼은 소멸된다는 어느 영화의 구절을 보고, 나는 매일매일 아버지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래도 이렇게 꿈에 나타나주시는 건 정말 손에 꼽을 일이다. 꿈에서 아버지는 내 간절한 청에 고개를 끄떡이셨다. 생전 거짓을 말하는 분이 아니셨으니, 정말 내게 3일의 시간을 더 주시려는 걸까.
앞으로 3일, 잠을 청해 보아야겠다. 깊고 깊은 잠을, 쉽게 깨지 않을 잠을, 그래서 아버지를 더 추억할 수 있는 꿈을 꾸어야겠다.
신기한 일이었다. 신기하도록 생생하게, 아버지는 3일 밤 내내 내 꿈에 나타나주셨다. 3일 동안 꿈에서 아버지와 못 해봤던 것들을 함께 해보고, 못 가봤던 곳들을 가보았다. 첫째 날은 아버지 고향마을에 다녀왔다. 내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여유롭게 창 밖 고향 풍경을 즐기는 아버지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둘째 날은 아버지가 계시는 내 결혼식이었다. 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줘 고맙다고 아버지는 꿈에서 내게 말해주셨다. 셋째 날은 아버지께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자 했던 내 소망을 이뤘다. 살아계실 땐 돈을 못 벌던 어린 나였으나, 이제는 고급스러운 음식점에서 맛난 음식도 사 드리고, 아버지 좋아하시던 향긋한 커피도 한 잔 사드릴 수 있었다.
그렇게 3일간 달콤한 꿈을 꾼 후, 아버지를 꿈에서 다시 뵐 수는 없었다. 매정하시긴. 이럴 줄 알았으면 3년을 곁에 더 계셔 달라고 할 걸 그랬다. 30년도 부족한데. 인간의 생이 불멸하다면, 늘 아버지 곁에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