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였는지, 왜였는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뚜렷한 계기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문득,
‘나도 뭔가를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코로나 시절,
여행을 갈 수 없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여행 유튜브를 참 많이 봤다.
말레이시아, 발리, 베트남, 터키…
그들이 돌아다니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막연히 상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내 손끝을 타고 블로그로 옮겨졌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땐
수익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고,
어디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조용히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기록을 남겼다.
일기 같은 글이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기록하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 여행 중인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2022년,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때는 쿠팡파트너스도, 티스토리 수익형 블로그도 몰랐다.
이런 걸로 돈이 된다는 걸 애초에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조금씩 ‘수익’이라는 개념이 스며들었다.
1년쯤 지나고 나서,
‘마이리얼트립 파트너’ 제도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마침, 그 시기 나는 말레이시아 자유여행을 다녀왔고
직접 마이리얼트립에서 투어를 예약한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기를 써보았고
처음으로 제휴 링크를 글에 붙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나도 모르게 수익이 발생했다.
정확히 기억나는 금액은, 만원.
그때 느꼈다.
“아, 이게 진짜 되는 거구나.”
만원이라는 수익이 내게 준 감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기록했더니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았고,
그 만남의 결과로 작지만 분명한 보상이 생긴 것이다.
꿈꾸던 삶이 아주 조금,
진짜로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도 블로그는 계속 이어졌고
지금까지의 총수익은 약 2만 원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수치는
"시간 낭비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수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이 2만 원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된 수익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고
애써 트렌드를 따라가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경험한 것을 진심으로 썼을 뿐이다.
돌아보면,
나는 블로그를 통해 ‘돈’보다 더 중요한 걸 배운 것 같다.
글을 쓰는 감각.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
읽는 사람의 시간을 고려해 편집하는 습관.
아무도 읽지 않아도 끝까지 쓰는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기록하는 힘.
그건 어디에도 팔 수 없는,
오직 나만 가질 수 있는 자산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블로그 하면 수익 나요?”라고 묻는다.
나는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저는 3년 동안 2만 원 벌었어요.”
하지만 그 뒤에 덧붙인다.
“그래도 전, 후회는 없어요.
그 기록 덕분에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혹시 당신도,
수익은 없지만 블로그를 쓰고 있다면,
혹은 시작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기록은, 언젠가 당신을 어디론가 데려다줄 거예요.
아주 느릴지라도,
확실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