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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뚠뚠 Aug 28. 2021

우리도 누군가의 금쪽같은 새끼다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란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한마디로 전문가가 부모들을 대상으로 육아법을 코칭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출연한 아이들의 비포 애프터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에 있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진일보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PD로서 프로그램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는데 그런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송되기 전 기획단계에서 CP와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대강 이러이러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설명을 듣자마자 '아! 이 프로그램은 잘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봐! 내가 프로그램 보는 눈이 있다니까! 선구안 짱이지?" 라는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좀 더 잘 보이는 것뿐. 원래 그래서 장기도 두는 사람은 안보이던 수가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한테는 잘 보이지 않던가?  아무튼 ‘금쪽같은 내 새끼’는 뭔가 요즘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마침 그런 프로그램이 한동안 없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 키우는 집에선 일주일 동안 기다렸다가 매주 꼼꼼히 챙겨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뒤늦게 알게 되어 1회부터 정주행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이를 키우는 30~40대뿐만 아니라 20대들도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고 하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육아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건가라고 생각해봤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입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는 거였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이 저렇게 안 해줬는데 저렇게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뭐 그런 생각들을 하며 보는 것 같다. 여튼 이래저래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요소를 많이 갖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당연히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은영 선생님의 솔루션이다. 그야말로 냉철한 분석으로 문제점을 적확히 짚어내시고 확실한 해결책을 통해 아이의 상황을 개선하고 나아가 한 가족의 행복을 이끌어내 주신다고나 할까. 그런 과정에서 선생님의 뼈를 때리는 분석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다 보니까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가 진료비가 논란이 되어서 찬반토론이 벌어지기도 했고, 심지어 선생님이 에르메스를 애용한다더라라는 기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오은영 선생님 때문에 자책감을 느낀다고?


그런데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내는 그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내가 아이 육아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아이와의 잦은 트러블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길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퇴근하는 길에 서점에 들러 오은영 선생님이 쓰신 책을 사다 준 적이 있다. 근데 한참이 지나도 책을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심적으로 여유가 없나 싶어서 며칠을 좀 더 기다려보다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내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 “자책감이 들어서 보기 싫다”는 거다. 자책감? 자책감이 무슨 말이지?     


얘기인즉슨 예전에 오은영 선생님 강의를 한번 들으러 간 적이 있는데 강의 내용 전체가 구구절절 다 맞는 말씀이 더란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아프더란다. 머리로는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하겠는데 나중에 막상 현실 육아에 적용시켜 보려 하니 그게 잘 안되더라는 거다. 그게 자꾸 반복되다 보니 결국은 모든 게 내 책임이라는, 내가 모자라고 부족해서 그렇다는, 그래서 아이가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자기가 제대로 엄마 노릇을 못해서라는 자책감이 든다는 얘기였다. 어쩐지 죄를 짓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감정이 더 나아가 나쁜 엄마를 만난 내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아이를 혼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괴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어유... 그거 아닌데... 그런 거 아닌데...  우리 집의 경우와 비슷하게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뭔가 혼나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는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챙겨 볼 정도면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당연하거니와 좀 더 육아를 잘해보겠다는 의지도 어느 정도 있는 부모들일 텐데 혼나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니...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그래 잘못을 했으면 혼이 나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공부 못한다고 혼나서 정신 차리고 공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어유 공부 참 잘하네 기특하다!' 이런 칭찬에 신나서 더 열심히 공부한 경우가 더 많지 않았나? 당연히 그 경우 효율도 좋았고. 그러니 우리 부모들도 육아 문제에 있어서 이러면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그렇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거고 등등 이렇게 혼만 날게 아니라'지금 꽤 잘하고 있는 거다', '아유 부모 노릇 처음 하는 건데 그 정도면 훌륭하지' 이런 말도 좀 듣고 싶은 게 아닐까? 잘하려고 하는데 왜 노력은 알아주지 않느냐 말이다.      


인터넷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나 오은영 선생님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육아에 적용해봐야겠다’는 말도 많지만 '모두 공감은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현실 독박 육아를 모르는 소리'라는 의견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어떨 때 단호해야 하는 건지 어떨 때 감싸줘야 하는 건지 기준도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많았다. “아이들은 가르칠 대상이 아니에요. 좋은 말로 알려주세요. 무섭게 대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누가 그걸 모르나!'! 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  


단순히 아이의 잘못된 행동뿐만이 아니라 부부싸움이 원인이거나, 아니면 직장에서 너무 힘들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엄마 아빠도 사람인데 이유도 없이 그냥 짜증 날 수도 있는데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외로움이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뒷 이야기들은 다 생략되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조절을 못하고 화를 내었다는 사실만 남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전반적으로 아이의 문제행동의 원인은 결국 부모의 잘못에서 기인한다고 결론이 나는 것 같다. 그래 그건 알겠는데 그럼 우리 부모들 입장은 누가 헤아려줘야 할까?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돌밥 돌밥에 애들 붙잡고 씨름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또 주말이면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는 눈꺼풀을 치켜들며 애랑 놀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어? 내가 지금 애랑 놀기가 귀찮단 느낌이 드네 나 나쁜 부모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인 건지!! 그러니 우리 부모들 잘하고들 있다고 그 정도면 대단한 거 아니냐고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혼나는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댓글도 기억에 남는다. '도저히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부모는 어디서 위로받아야 하는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우리 부모들 더 이상 자책하지 말자.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으면 우리끼리라도 최소한 부부끼리라도 서로 잘한다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같다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주자! 자식을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육아라는 거 참 힘든 일 맞다. 어떤 분야건 10년 정도 지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게 되어 본격적인 활약을 하게 되는데 육아는 10년 지나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치면 미션이 종료되는 아이러니한 분야이기도 하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그 어떤 경우라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우리 조금만 더 힘 내보자. 세월이 흘러 나중에 그때가 그래도 좋았지 웃으며 추억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 걸어서 옛날에 나 키울 때 힘들지 않았냐고 괜히 어리광을 섞어 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당신 자식 이 정도면 잘하고 있지 않냐고 칭찬 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우리 엄마 아빠들도 모두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내 새끼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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