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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뚠뚠 Aug 26. 2021

초초초간단 아빠표 레시피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워낙에 먹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걸 재밌어했었다. 이렇게 저렇게 뚝딱뚝딱 만들어봤는데 얼추 먹어줄 만한 맛이 나면 그게 참 신기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레고 같은 장난감을 갖고 논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요리를 만드는 재미가 레고를 만드는 그것과 비슷했던 걸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볶음밥이나 팬케이크 등 동서양의 요리를 넘나들었으며 튀김 도넛 같은 고난도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요리를 할 정도로 특이하다면 특이한 성격이지만 아마도 많은 아빠들이 요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아니 두렵다기보다 해보질 않아서 별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내가 그걸 왜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소중한 내 아이가 먹는 음식은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다고. 요즘같이 스마트폰 몇 번 두드리면 맛있는 음식이 한달음에 문 앞에 오고 봉지만 뜯어서 그릇에 담으면 유명 맛집 못지않은 음식을 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어쩌면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식탁 위에 올라올 수 있는 또는 지금 당장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한 구석 밀폐용기에 담겨있을 것 만 같은 그런 일상적인 요리, 어찌 보면 반찬이라 불러야 더 자연스러운 음식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30여 년 요리 노하우를 응축한 <초초초간단 아빠 요리 베스트 3>를 공개하겠다. 왜 ‘초’를 세 번이나 붙였냐고? 정말 문맹 아빠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마도 요리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하나 없이 줄글로 알려주는 레시피는 처음 접할 것이다. 그만큼 쉽다는 얘기기도 하다.     


초초초간단 아빠표 김치볶음밥


초초초간단 아빠표 레시피 그 첫 번째는 바로 <김치볶음밥>이다. 재료는 간단하다. 밥 한 공기, 배추김치 반 공기 그리고 스팸 반공기. 끝이다. 아빠 요리에 정확한 계량 따위는 필요 없다. 그런 쓸데없는 디테일들이 진입장벽만 높일 뿐이다. 우선 쉽고 간단하게 부딪혀 요리의 맛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밥은 찬밥이면 좋다. 이유는 그래야 더 고슬고슬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해본 결과 뜨거운 밥으로 하면 볶음밥의 찰기가 강해져 식감이 안 좋게 된다. 김치는 어떤 종류도 무방하다. 그리고 주연만큼 중요한 조연 스팸. 이것저것 다 넣어봤는데 스팸이 김치볶음밥에는 제일 잘 맞는 것 같았다. 물론 스팸이든 리챔이든 로스팜이든 제조사는 어디든지 상관없다. 스팸은 새끼손톱 1/4 크기로 자르면 된다.  

   

순서도 간단하다. 직경 28~30cm 정도의 웍을 준비한다. 참고로 웍이란 중국요리에 흔히 쓰이는 깊이가 깊은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요리에 이 웍이 쓰일 거다. 손에 맞는 웍 하나 장만해놓으면 요리가 훨씬 쉬워진다. 세상만사 장비빨이라는거 알고들 있으시겠지? 아무튼 불을 켜고 웍을 올리고 식용유를 반 숟갈 정도 둘러준다. 그리고 김치를 볶는다. 언제까지 볶냐고?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음... 그냥 중불에 1~2분만 볶는 걸로 하자. 그리고 스팸을 넣고 볶는다. 스팸은 오래 볶을 필요 없다. 이건 한 30초 정도 볶는 느낌?    

 

그리고 드디어 찬밥 투하. 찬밥을 주걱으로 으깨는데 힘이 좀 들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빠들 힘세니까 상관없다.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근력운동도 하는데 이 정도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자. 그런데 언제까지 볶아 주냐고? 사실 볶음밥은 이 결정이 제일 중요하다. 볶음밥의 생명은 밥의 수분을 날려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닭갈비나 삼겹살을 먹고 나서 밥을 볶을 때 느낌을 생각하면 제일 쉽다. 그렇다고 식당처럼 바닥에 눌어붙게 만들었다가 설거지로 밤샐 수도 있으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약불에 오래 꾸준히 저어주면 된다. 언제까지? 뻥 좀 보태서 후 불면 휘~ 날아갈 것 같을 때까지. 자 이것으로 김치볶음밥 끝났다. 옵션사항으로 계란 프라이가 있는데 계란 프라이 만드는 법까지 얘기하면 우리 아빠들 너무 자존심 상할 거 같아서 넘어가겠다.    


초초초간단 아빠표 김치볶음

 

대망의 두 번째 요리는 <김치볶음>. 또 김치요리냐고? 김치볶음밥에서 밥만 뺀 거 같다고? 아이템 선정을 대충 한 거 같다고? 원래는 어묵볶음을 하려고 했는데 김치볶음이 더 만들기 쉬워서 급변경했다. 어묵볶음은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단계가 까다로울 것 같아서 뺐다. 모두 요린이 아빠들을 위한 선택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김치볶음밥과 김치볶음은 만들어 놓고 나면 맛과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격려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김치볶음은 오늘 세 가지 요리 중에 가장 쉽다고 할 수 있겠다.     


역시나 불을 켜고 아까 썼던 것과 같은 웍에 들기름을 한 숟갈 넣는다. 참기름, 식용유 모두 상관없다. 취향 따라 골라 넣으면 된다. 그리고 김치를 역시나 밥공기로 한 공기 정도 넣어준다. 그리고 볶는다. 볶다가 중간에 설탕을 반 숟갈 정도 넣어준다. 그리고 김치가 왠지 투명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볶으면 끝! 김치 자체의 맛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지간한 김치라면 이 정도 과정만 거쳐도 밥반찬으로는 손색이 없는 수준이 된다. 진짜 간단하지 않은가? 참고로 여기다가 물 더 붓고 참치라도 한 캔 때려넣으면 김치찌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초초초간단 아빠표 떡볶이


마지막 요리는 <떡볶이>. 이 정도면 오늘의 최고난도 요리되겠다. 누군가 이런 명언을 남겼었다. "모든 빨간 요리 양념의 기본은 다 떡볶이 양념이다"라고. 내가 봐도 그렇다. 매콤한 요리 대부분은 떡볶이 양념의 변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떡볶이 요리는 확장성이 있는 요리다. 사실 소위 맛있다고 하는 요리에서는 짜거나 달거나 맵거나 이 세 개가 핵심 요소이다. 근데 떡볶이는 이 모든 맛을 다 갖춘 요리이다.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되시는지. 게다가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요리라 만들어 놓으면 인기 만점일 것이다.   

  

최고난도라고 해봐야 복잡할 거 없다. 우선 당연히 떡볶이 떡이 있어야 할 터. 우리 집은 쌀떡을 주로 쓰는데 밀떡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커다란 그릇에 떡을 한주먹 담고 그 떡이 담길 때까지 물을 부어주고 30분 정도 기다리는 거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던 아빠라면 물 붓고 30분 기다렸다가 요리하지 고 요리 시작 30분 전에 물 부어놨을 것이다. 그리고 물을 500ml 정도 웍에 담는다. TMI지만 난 500ml를 가늠할 때 생맥주 500cc 한잔에 담긴 양을 떠올린다. 그럼 얼추 맞는다. 뭐 그냥 그렇다고... 어쨌거나 거기에 어른 숟가락으로 고추장 푹 떠서 한 숟갈. 간장도 한 숟갈, 마늘도 반 숟갈. 그리고 설탕은 이렇게 많이 뿌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뿌린다.     


마늘과 설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맛있는 요리의 핵심은 갖은양념이라고 볼 수 있다. 내 요리의 비법 중 하나는 마늘과 참기름, 설탕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빠들이 무식하게 양념을 너무 많이 때려 넣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다시 떡볶이로 돌아와서 빨간 빛깔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는 넣어도 되고 원하지 않는다면 안 넣어도 된다. 여기에 떡과 어묵만 넣고 물이 졸아들 때까지 푹 끓이면 된다. 어묵은 어떻게 자르냐고? 원하는 모양 원하는 크기대로 자르면 된다. 거기에 파나 양파 또는 양배추 등을 넣어도 되고 삶은 계란이나 라면 사리를 넣어도 되지만 그건 나중에 자신 붙었을 때 하시고 일단은 저 정도면 충분하다. 바닥에 눌어붙지 않을 때까지 저어주기만 하면 된다. 언제까지 저어 주냐고? 분식집에서 먹던 떡볶이를 떠올리며 이 정도 걸쭉함과 국물 양이면 되겠다 싶을 때까지 끓인다. 여기서 결정적인 팁. 이 정도만 해도 얼추 떡볶이 맛은 나겠지만 혹시 중간에 맛을 보았는데 짠맛 단맛 모두 괜찮은 것 같은데 뭔가 확 당기는 소위 말하는 감칠맛이 부족한 2% 아쉬운 느낌이 들 때엔! 가정용 상비 소스라고 할 수 있는 라면 수프를 반 숟갈만 넣어주면 된다.     

 

이 세 가지 정도 요리면 얼마든지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쉬운데도 못하겠다면 그건 의지나 노오력이 부족한 거다. 자 이제 당장 주방으로 달려가 도전하고 싶다고? 끝으로 정말 중요한 팁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예전 광고에 이런 카피가 있던 적이 있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난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요리는 하는 것보다 치우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오래간만에 맛있는 요리 만들었다고 아내에게 칭찬받고 있었는데 그깟 설거지 안 했다고 괜히 욕먹어서야 되겠는가. 그럼 우리 초보 아빠 요리사들 파이팅!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힘든 요리 끝에 접하게 되는 아이의 엄지 척이 당신을 춤추게 할 것이다. 믿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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