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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뚠뚠 Aug 25. 2021

이번 주말엔 또 어디를 가지?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아마도 많은 아빠들이 주말마다 제일 많이 할 것으로 짐작되는 고민은 바로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가지?’ 또는 ‘이번 주말에는 뭐하고 놀지?’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갓난쟁이 시절은 어느새 지나가고 4~5살쯤 되어 아이가 옹알이가 아닌 어느 정도 말을 하기 시작하고 걸음마 수준을 넘어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관심을 가질 때 그 망아지 같이 에너지 넘치는 애들을 붙잡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릴 수도 없고... 부모 입장에서 뭐라도 시켜주고 싶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아빠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주말 아침부터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라는 주제로 스마트폰을 붙잡고 이것저것 검색해보지만 놀거리, 볼거리, 할 거리들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과 같은 각종 포털 사이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그리고 쿠팡,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까지 아무리 뒤져봐도 마땅치 않을 때,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해도 아이는 옆에 찰싹 붙어서 오늘 뭐할 거냐고 칭얼대며 졸라대기만 하고 아내는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말 아침부터 누워서 스마트폰만 하고 있을 거냐고 잔소리를 해대고, 짜증도 슬슬 나고 눈도 스르르 감기고 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애는 유튜브나 틀어줘서 보라고 하고 난 그냥 누워서 일주일 동안 밀린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 적도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매트를 펼친 바로 그곳이 훌륭한 소풍 장소


그럼 도대체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해야 하단 말인가? 지난 주말에 무리를 해서 경제적으로도 좀 압박이 있고, 뮤지컬이니 연극이니 공연도 마땅치 않고, 영화는 애가 또 극장이냐며 지겹다 하고, 수목원도 한두 번이고, 놀이공원은 너무 헤비 하다 싶고... 이럴  때를 위해 적당한 장소를 추천하고자 한다. 경제적 시간적 물리적 고민을 단 한 번에 해결해줄 그곳! 바로 집 앞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고 마땅한 곳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 앞 그러니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주 높은 확률로 분명히 적당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살면 단지 안에 벤치라도 있을 것이고, 주택가라면 근처에 공원이라도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안된다면 분명히 집 주변에 산이라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강이나 바다도 물론 좋고!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로 가냐가 아니고 바로 가까운 곳이라도 마음먹고 나가 즐기기에 따라 최고의 소풍 장소가 된다는 점이다. 소풍이 뭐 별건가? 꼭 멀리 가야만 소풍인가? 매트를 펼치는 그곳이 바로 소풍 장소라는 말이다. 우리 집의 경우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몇 번 집 앞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그럴 때마다 가성비와 가심비 측면에서 온 가족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그렇다고 정말로 무작정 나갈 순 없는 법. 지금부터 간단한 소풍 준비물을 소개해볼까 한다.    


집 앞 소풍을 위한 준비물


우선 소풍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 그렇다. 바로 김밥이다. 어디든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김밥을 먹는다는 것만으로 소풍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고 봐도 된다. 물론 동네 김밥집에 가서 김밥 한 줄 사면 가장 간단하고 속 편하지만 그럴 순 없지 않은가? 우리는 좋은 아빠들이니까.     


김밥 재료를 어떻게 다 준비하지 하는 걱정 따위는 할 필요 없다. 마트에 당근이며 우엉이며 단무지 같은 재료를 손질까지 마친, 그러니까 정말 김에다 밥 깔고 다 만들어진 재료를 얹기만 하면 되는 제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거기에 자기 취향에 맞게 냉장고 안에 있는 만든지는 오래됐는데 잘 안 팔리는 반찬 예를 들면 김치나 멸치볶음 같은 것이 있으면 같이 넣어서 말기만 하면 된다. 이상하게 김밥에는 왜 아무거나 넣어도 맛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중요한 포인트. 아빠가 김밥을 말고 있으면 분명히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며 다가올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같이 만들어보자고 한다. 아이와 함께 김밥을 만들게 되면 이미 그 순간부터 놀이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나중에 '이건 내가 만든 거다~' 라면서 뿌듯해하며 김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볼 수 있는 건 보너스다.     


그리고 정말 아무리 재료가 준비되어 있어도 나는 '똥손'이라 김밥을 만들 자신이 없다 하는 아빠들은 과감하게 김밥을 포기하고 두 단계쯤 그레이드를 낮춰 유부초밥에 도전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유부초밥도 역시 마트에서 사 오면 바로 만들 수 있게 준비된 재료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이 있는데 밥에다가 소스를 넣고 비벼 유부 안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니 훨씬 과정이 간단해 빨리 만들 수 있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진짜 어지간한 아빠들이라면 이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건 성의 문제고 노력 문제다. 이것까지 귀찮다고 하면 인간적으로 내가 섭섭할 것 같다. 그런데 만약에 이것도 정말 하기 싫다! 아니면 도저히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라면 그냥 김밥가게 가서 한 줄 사다 먹으면 된다. 김밥 그거 뭐라고! 놀러 가는 거지 먹으러 가는 건 아니니까.


다음으로 준비할 건 간단한 놀이도구이다. 거창할 거 까지는 없어도 집안에서는 어쩐지 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집 앞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가는 거다. 다들 익숙하겠지만 5~6살 정도까지는 비눗방울 놀이만 있어도 한참을 놀기 마련.     


그보다 나이를 좀 먹었다고 하면 배드민턴을 추천한다. 사실 배드민턴이라고 해봐야 주고받는 랠리가 이어지기는 힘들다. 아이가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있으면 아빠가 거기에 맞게 셔틀콕을 날려주는 게 중요하다. 운이 좋으면 두세 번 정도 오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는 것보다 떨어진 셔틀콕을 주우러 다니는 일이 더 힘들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어차피 우리 아빠들 만성 운동 부족 아니던가! 일부러 시간 내서 운동도 하는데 뭘. 기꺼운 마음으로 뛰어다니시길 바란다. 참고로 좀 큰 남자아이들은 글러브와 공을 준비해 캐치볼을 해도 좋을 듯싶다. 여름에는 물총 놀이도 나쁘지 않겠다.


집 앞 나들이 대망의 마지막 준비물은 바로 간식이다. 또 먹냐고? 방금 전까지 운동 실컷 했으니까 좀 먹어도 된다. 그럼 어떤 간식을 준비하면 좋을까?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무슨 간식이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서 가는 게 최선인 듯싶다. 그것이 젤리 건 과자 건 초콜릿이건 간에. ‘집에선 엄마가 못 먹게 하는 건데 집 앞에 나왔더니 아빠가 먹게 해 주네?’ 그런 생각만으로 아이가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어른들도 다이어트할 때 치팅데이를 갖는데 하물며 애들은 좀 더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평소에는 못 먹게 하는 간식을 먹게 해 주면 아이도 다음부터 신나서 집 앞 소풍에 따라나설 것이다.      


자 이번 주말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생각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준비물을 챙겨서 집 앞 공터로 나가보자! 둘러앉아 정성껏 만든 김밥을 먹고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배드민턴도 좀 치다가 다시 쉬면서 음료수에 과자 좀 먹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은 훌쩍 지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다가 떠오른 집 앞 그곳! 바로 그곳이 최고의 소풍 장소일 거라 확신한다!     


그나저나 주말에 비가 안와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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