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의 <공작>

by 김지수

윤종빈 감독의 <공작> 리뷰입니다. 감독은 초기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각본, 감독, 미술 등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의 졸업작품이기도 한 해당 작품은 2005년 10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등 국내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화려한 감독 데뷔를 알렸습니다. 군대 내 위계질서와 부조리, 따돌림에 대해 꼬집은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출연해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위 작품 이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비스티 보이즈>의 각본, 감독을 맡아 배우 하정우를 그의 페르소나로 차용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화 <공작>은 실제 북파 공작원 ‘흑금성(박채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해 기대를 모았습니다. 해당 인물은 배우 황정민이 맡았으며, 그를 비롯해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티켓 파워가 높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정부 여당에 따라 특급 공작원과 간첩 사이를 오가는 평가를 받아온 흑금성은 지난 보수정권 시기,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 했습니다. 영화 말미 자막으로도 언급되듯 진보 여당인 현재 흑금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남북 정세에 빗대어 보아도 이 영화는 시류를 잘 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지난 2005년 진행됐던 광고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당시 인기 가수였던 이효리와 북한의 조명애가 카메라 조명세례를 받으며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비치며 간략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합니다. 도입부 영상 후 중심인물 박석영(황정민)이 등장하는데, 그는 군인 신분을 내려두고 의도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신분을 세탁하는 것으로 소개됩니다. 해당 인물은 실존인물 ‘흑금성’에서 착안한 인물로 감독의 각색을 거쳐 박석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모종의 목적을 달성한 박석영은 대북 공작원으로서 사업가로 위장해 중국을 배경으로 북한 내부 인물 리명운(이성민)과 동업을 하게 됩니다. 그는 출신지 이점을 살려 그들의 눈을 속이고 그들의 사람이 되어 북한 고위층 내부로 깊숙이 침투합니다. 이때의 시대적 배경은 2005년보다도 훨씬 앞선 90년대로, 북한의 비무장지대 도발과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전 그의 당선을 막으려는 반대세력의 ‘공작’을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안기부의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박석영의 갈등이 극대화 되는데, 최학성은 철저하게 정부 여당의 이익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박석영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도 남북 갈등해소와 북한 배경의 광고 제작을 위한 ‘공작’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현재 상영중인 김지운 감독 영화 <인랑>의 장진태(정우성)와 임중경(강동원)이 이념 논쟁을 벌이며 대치하는 장면에 빗대어 보게 됩니다. <인랑>에서 사회주의 이념갈등을 다뤘다면, <공작>에서는 ‘안기부’ 소속의 두 사람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두고 논쟁을 벌입니다. 박석영은 이때까지 특수 공작원으로서 북한의 핵개발을 밝히고 국가 안보를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정교한 정치적 목적과 이익에 따라 지시를 내리는 최학성의 실체를 알고 깊게 실망합니다. 덧붙여 박석영과 리명운이 각각의 자리에서 조국을 위해 일하고 최종적으로는 남북관계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최학성의 뒷거래로 인해 한순간에 틀어지는 남북 정세를 보며 비탄에 빠지기도 합니다.



정권의 이익에 맞춰 북 도발을 이용한 것이 실제 사건이었다면, 현재의 남북 분단이 이념 전쟁을 넘어 남한 내부의 정치적 공작이 개입된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포감을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최학성의 말마따나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조금 더 얼어붙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정세를 살피는 중대한 위치에 긴 기간 동안 놓여있다면, 최근의 남북정상회담이나 이전의 이산가족 상봉 등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준 일련의 사건들은 불가능 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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