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퀘어> 리뷰입니다. 영화의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전작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으로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은 그래픽 디자인 전공 후 영화에 입문한 그의 배경에서 기인하며, 이번 영화는 영상미와 더불어 감독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제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국내 개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되기도 한 <더 스퀘어>는 미술관을 배경으로 큐레이터 크리스티앙(클라에스 방)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예술가 표현의 자유,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 등 사회 이슈를 담은 블랙코미디입니다.
크리스티앙은 길에서 구걸하는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조건 없이 들어주는 인물입니다. 미술관 큐레이터인 그는 직원들과 함께 파티에서 어울리기도 하며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직원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사려 깊고 세심한 인물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쇼맨십이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미술관의 새 작품을 소개하기 전 홀로 거울 앞에 선 그가 긴장한 듯한 제스처까지도 연습하는 모습은 능청스러워 보이면서도 프로의 면모를 드러내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직업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는 특정 사건을 전후로 인물의 특성이 반전되는데, 그를 둘러싼 세계도 함께 전환됩니다. 극 초반의 크리스티앙에게 구걸하는 이들은 무례하게 비치지만, 중후반부 쇼핑몰 장면에서 구걸하는 이들은 그에게 외면받기도 하고 짐을 지키도록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그는 공손한 어조와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기득권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실수로 도둑 누명을 입은 이에게 발송할 동영상을 촬영하며 사과하다가도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들며 경제적 배경이 다른 이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누명을 입은 또 다른 소년에게는 악의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사과를 받아내려는 소년을 계단에서 밀치기도 하는 등 다른 계층을 향한 편견과 함께 마음속 깊은 적의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은 소년을 돌려보낸 후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되고, 점차 동요하기 시작하며 소년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를 관람하고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보며, 소년의 목소리로 촉발된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 크리스티앙의 갈등이 흥미로웠습니다. 동시에 영화 내에서 논란이 된 미술관 홍보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중있게 다가왔습니다. 미술관 홍보대행사가 유튜브에 게시한 해당 영상은 넝마를 입은 금발머리의 여아가 ‘더 스퀘어’ 안에서 폭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지탄을 받게 되고, 결국 크리스티앙은 해임 위기에 처합니다. 크리스티앙은 어뷰징 영상 탓에 기자회견장에 서게 되며 인권단체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하고, 기자로부터는 표현의 자유와 억압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벼랑 끝에 있던 그는 다시 쇼맨십을 발휘해 비난의 목소리를 ‘더 스퀘어’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으로 바꿔버립니다. 이같이 영화는 유튜브의 자극적 콘텐츠와 디지털 어뷰징에 관련해 조명하기도 하고,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 개인의 갈등, 표현의 자유와 억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예술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감독의 문제의식은 중후반부 크리스티앙의 꿈결처럼 맥락 없이 등장하는 연회장 장면에도 담겨있습니다. 덧붙이면 해당 장면은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집단 혹은 개인의 이기심과, 군중 속에서 여성이 느꼈을 공포 또한 강렬하게 전해져 스릴러 장르 영화보다도 소름 끼쳤으며 고독감마저도 들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가 느낄 공포가 그러할 것입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지만 타인들은 보지 못했다고 외면하고, 피해 입은 이만 계속해서 노출돼 2차 폭력을 겪기도 하며 결국 집단에서 방출되고 마는 현실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사회 이슈를 은유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개인이 처한 환경과 현실에 따라 달리 보이며 관객에게 의문점을 남겨둡니다. 이 영화를 '당신'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사진=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