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 각본·감독의 서스펜스 영화 <킬링 디어> 리뷰입니다. 감독은 전작 <더 랍스터>에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과 짝을 맺기 위해 두 눈까지도 포기하려는(열린 결말) 데이비드(콜린 파렐)의 이야기를 통해 허무함과 섬뜩함의 미학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콜린 파렐과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 <킬링 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소년으로 인해 한 남성과 그의 가정이 파국을 맞게 되는 심리 서스펜스를 담았으며, 감독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과 기괴한 연출이 결말부 비극을 극대화합니다.
이 영화는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의 시선으로 담긴 이방인 소년 마틴(배리 케오간)이 다가올 불행에 대해 예고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음향 효과가 서스펜스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영화는 사고로 아버지가 죽은 마틴이 담당 수술의 스티븐을 향한 복수를 시작하며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과의사와 마취과가 서로의 잘못을 주장하며 사망원인에 의문이 남게됩니다. 그러나 마틴의 저주에 가까운 예언은 스티븐을 향하게 되고, 그의 말에 따라 스티븐의 자녀들은 차례로 사지마비와 거식증을 겪게 됩니다. 처음 막내 밥(서니 설직)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스티븐은 마틴의 말을 고깝게 여기며 관심을 두지 않다가도, 그의 경고대로 죽음에 이르는 단계가 실현되자 분노합니다. 마틴으로 인해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믿게 된 스티븐은 그를 지하실에 묶어두고 고문하기까지 이릅니다. 이때 스티븐과 아내 애나(니콜 키드먼)의 마틴을 대하는 태도가 대비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가족을 고통에 몰아넣은 마틴을 향해 폭력으로써 분노를 표출하는 스티븐에 반해, 애나는 피를 흘리는 마틴의 양쪽 발에 입을 맞추고 그가 원하는 대로 따르며 마틴을 신격화하기도 합니다. 부부 각자 나름의 방식에도 밥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마지막 단계-안구출혈 증상까지 보이게 되자 스티븐은 결국 그의 말에 따라 셋 중 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총을 집어 듭니다.
비극에 맞서지 못하고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스티븐으로 인해 허무주의로 점철된 이 영화는 마틴의 복수극이라기보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선택지 앞에서 갈등하는 스티븐의 운명과 해당 배역의 콜린 파렐이 담아낸 심리 묘사가 관전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극 초반 스티븐이 이방인 소년 마틴을 향해 은근한 적대감을 드러낼 때 마녀사냥이나 제노포비아를 담았을 것으로 생각하며 지켜보다가, 마틴의 경고에서 비롯된 스티븐의 선택지를 보며 연민의 대상은 마틴에서 스티븐으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킬링 디어>는 마틴과 스티븐의 대립구도, 선택해야만 하는 스티븐의 운명, 그리고 불쾌한 음향 효과가 빚어낸 서스펜스가 두드러지며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 영화입니다.
사진=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