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 <박화영>의 관람 후기입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던 <박화영>은 <똥파리>의 주연으로 분한 이환 각본·감독 작품으로, 감독의 이전 연출 작품인 단편영화 <집>의 확장판입니다. <꿈의 제인>과 <처녀비행> 등 다양성 영화에서 얼굴을 알리며 충무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김가희가 <박화영>과 <집>에서 연달아 감독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 영화는 중심인물 박화영을 비롯한 10대 아이들이 ‘가출팸’을 형성해 한데 모여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 욕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특정 장면은 보는 이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청소년 이야기지만 청소년은 관람불가입니다.
영화는 화면 가득한 담배연기와 화영, 그리고 그의 집에 거주하는 가출팸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페트병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고 바닥 구석구석 소주병들이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집안 곳곳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흔적이 즐비한 가운데,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라면을 제공하는 화영은 이들에게 ‘엄마’로 불립니다. 화영 역시 10대 청소년이며 그가 협박 전화로 갈취해 낸 돈이 이들의 생활비가 됩니다. 영화 중반부 액자 형식으로 삽입된 이야기가 돈의 출처와 함께 화영의 과거를 설명해주는데, 이는 화영이 가출팸의 엄마이기를 자처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관람 내내 영상 속 이들 모습이 허구이기를 바라면서도 화영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럴듯했습니다. 엄마에게 내쳐지고 엄마이기를 자처한 아이. 딸로 여긴 동갑내기 아이들의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십자가를 지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함께 지내던 친구를 수년만에 만나는 화영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애잔하면서도 쓰라렸습니다. 해피엔딩은 없었습니다. 엔딩도 없습니다. 그저 그때의 시간 그대로 화영은 머물 뿐입니다. 엄마를 부정해오던 화영은 왜 엄마가 되기를 받아들였을까 의문스럽기도 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들이면서도 위기가 닥쳐오면 자신을 저버리는 그들의 '엄마'를 말입니다. 그들이 폭력 앞에서 화영을 향해 화살을 돌릴 때마다 화영은 기꺼이 모든 것을 짊어집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며 호탕하게 웃어넘깁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잘못된 엄마 모델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일까, 싶다가도 이들 모두는 그저 포스터의 문구처럼 ‘있는데 없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동시에 우울감에 젖어드는 영화입니다.
사진=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