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누군가를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일상의 반복이 주는 편안함과 권태로움을 버려두고 꿈을 향해 고된 길을 선택하는 사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향하며 이유 없는 긍정과 때로는 알 수 없는 광기로 호기심을 갖게 만들기도,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꿈을 좇으며 한없이 행복해하는 사람. 스크린 속으로 들어온 돈키호테의 현대적 변주,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관람 후기입니다.
원작 소설 [돈키호테]를 영화로 옮겨온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CF 감독이 졸업작품 촬영지를 찾아 현지의 출연자들을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때 순수했던 이들의 인생이 자신의 영화로 인해 뒤바뀌어버린 모습을 보고 이를 되돌리려는 과정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서술했습니다. 극 중 CF 감독 ‘토비’ 역은 <패터슨>의 아담 드라이버가, 토비의 졸업작품에 출연한 ‘하비에르’ 역은 조나단 프라이스가 맡았습니다.
토비의 시선으로 묘사되는 하비에르는 과거 구둣방 주인이었으나 영화 속 돈키호테에 흡수되어 수년이 흐른 현재에도 돈키호테로 살아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토비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의 주민들 모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이들의 삶은 토비의 시선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토비의 시선과는 다르게 하비에르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한 듯 보이고, 또 다른 출연자이자 토비의 뮤즈였던 안젤리카(조아나 리베이로)는 피차 고향을 떠날 계획이었지만요.
관람하는 내내 하비에르의 영화 이후 바뀐 이들 삶을 마주하는 방식에서 관람객의 모습이 비춰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웃들의 구두 뒤축을 돌보며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삶과 꿈을 가지고 더욱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삶 중 어떤 것에 애착을 둘 것인지가 영화가 제시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비록 허황된 꿈이라거나 타성에 젖게 되었다는 비판에서 양쪽 모두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영화를 관람하며 자신에게 질문해보는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영화 속 돈키호테가 마주한 현실이 통증이 되어 그를 저버렸더라도, 그로 인해 산초는 또 다른 곳을 향하게 됩니다. 꿈은 비극일까요, 희망일까요.
사진=다음 영화
브런치 무비 패스로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