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겨울이었다. 오랫동안 잠가두었던 소셜 계정을 다시 열었다. 비공개 계정으로 지인들과 소통하던 계정이었고,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몇몇 연예인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온라인에 글을 작성하며 나와 관련한 정보를 드러내는 것에 신중한 편이었다. 그저 피드에 꽂히는 게시물에 관성적으로 하트를 누를 뿐이었다.
우습게도 모 연예인이 댓글도 아닌 하트를 누르는 나의 반응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외로우면 일면식도 없는 비공개 계정에 그럴까 싶다가도 나를 알고 있나 싶어 등골이 오싹했다. 기타를 들고 노래까지 부르는데,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여성들은 모두 알 것이다. 누군가 공개적으로 쏟아내는 감정은 받기도 그렇다고 안 받기도 어렵다. 공개적 발신이니 감정을 강요받는 기분까지 들어 섬뜩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상대가 너무도 집요해서 거절의 이유는 내 탓으로 돌렸다. 집에 찾아올까봐.
이후부터는 나의 고난이 시작됐다. 상대는 계속해서 본인의 소셜 계정에 내 맞춤형 게시물을 올렸고, 유튜브 개인 채널에도 나를 저격하는 '아무말 대잔치'를 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온라인 상의 게시물과 반응을 최소화하며 숨죽인 채 생활했다. 팬들과 기자들의 스토킹까지 온오프를 막론하고 계속되자 외출도 삼가고 배달어플을 이용해야만 했다. 누군가의 감정 배설이 나의 일상까지 뒤흔든 것이다. 나의 의사는 모두의 안중에도 없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평범한 내 일상을 사랑했다. 아침에 화장기 없이 동네 카페에 들러 라떼를 사오거나 공원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는 자유롭고 평범한 내 일상이 좋았다. 지금 이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나는 집을 나서자마자 모두 포착됐고 작은 것 하나도 흠잡혀 심판대 위에 올려졌다. 마치 아내를 검증하듯 모든 것이 평가대상이 되었다. 나의 의사는, 모두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원하지 않았던 일상이 시작됐다. 누군가의 배려없는 감정 배설 이후부터. 당사자는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냈으나 거절을 당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고통을 고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공인이다. 90년대에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던 댄스가수. 현재에는 연극을 하며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연예인, 즉 공인. 감정을 제멋대로 쏟아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보다 신중한 소셜미디어 사용을 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아서 피해자가 발생했고.
남성으로 인해 폭력적 상황을 겪은 여성들은 '똥밟았다 생각해'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듣는다. 피해 당사자인 내가 보아도 맞는 말이다. 나는 그저 내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악재가 내게 덮쳐온 것이니까.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니까. 게다가 나의 경우에는 내 방에서 내 휴대폰을 보다가 겪은 일. 자신의 감정 배설에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는 남성으로부터 겪은 폭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쫓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