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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30. 2017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개할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켄 로치 감독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출연시켜 실제 본인을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실업자 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레이닝 스톤>, 미국 거주 멕시코 노동자의 파업과 집회를 그려낸 <빵과 장미>가 있습니다. 이번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감독의 은퇴작이자, 스탠딩 코미디언 데이브 존스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질병수당이 구직수당이 되는 아이러니 : 다니엘 블레이크


전화로 질병수당을 신청하는 다니엘


영화는 심장병 환자 다니엘(데이브 존스)이 질병수당을 신청하는 통화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수화기 너머 담당자는 건조한 말투로 수당 신청에 필요한 의례적인 질문을 합니다. 지병이 악화돼 목수 일을 하지 못한다는 다니엘의 말에 팔과 다리가 있냐는 질문을 하고, 구직활동을 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눈이 먼 듯 다니엘이 느꼈을 답답한 심정은 까만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질병수당이 거절된 다니엘은 구직수당을 신청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구직 의사를 증명하기 위해 정비소 몇 군데에 이력서를 내보지만 지병 탓에 일할 수 없는 다니엘은 받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수당 신청에서 거부당한 다니엘에게 담당자는 구직수당 재신청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며 락카를 들고 거리로, 벽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그는 적기 시작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I, DANIEL BLAKE)...”



성매매 업소로 내몰린 여성가장 : 케이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다니엘뿐만 아닙니다. 한부모가정의 여성가장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는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뉴캐슬로 이사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복지센터 상담에 가던 케이티는 지리를 알지 못해 늦게 되고 결국 상담 기회마저 잃게 됩니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겠다고 당차게 얘기하던 그녀는 극단의 길로 내몰립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깨져버린 타일을 보고 눈물을 훔치고, 식료품 보급소에서는 비참함을 느낍니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마트에서 훔치다가 걸렸을 때는 여성으로서 수치심마저 들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밑창 떨어진 신발 때문에 딸이 놀림을 당했다고 고백하자 그녀는 결국 결심합니다.


싱글맘 케이티와 딸 데이지


켄 로치 감독은 다니엘과 케이티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복지 제도의 허점을 고발합니다.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다니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사는 케이티에게 전기요금을 주고 식료품 보급받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케이티는 자신 몫의 저녁식사를 다니엘에게 내어주고, 옆집 청년은 다니엘의 수당 신청을 도와줍니다. 사회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 포기를 강요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도우며 사회에 저항합니다. 


영화 후반부 다니엘의 장례식에서 읽혀지는 유언장은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끝까지 ‘나’의 존엄성을 지키고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메시지로 들려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켄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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