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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l 31. 2017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고양이 영화가 아닌데


영화의 제목은 다소 직설적이나
‘고양이’는 사라지게 될 ‘어떤 것’의 비유다.



우편배달부 주인공(사토 타케루)은 두통 때문에 찾게 된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충격에 빠진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의문의 남자가 그를 기다립니다.


그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는 그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이유 모를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의문의 남자는 시한부인 그에게 거래를 하자고 합니다. 세상에서 무엇이든 하나를 지워낼 때마다 하루가 더 주어진다는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첫째 날 ‘전화’가 사라지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잃고, 둘째 날 ‘영화’가 사라지자 친구를 잃습니다. 그들의 기억에서도 그는 처음부터 없던 사람인 것처럼 지워집니다. 셋째 날 ‘시계’가 사라지자 아버지의 시계점과 함께 그의 존재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상실감에 빠진 그에게 다시 나타난 의문의 남자는 고양이마저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이미 소중한 것들을 잃은 그는 고양이를 지켜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자기자신과 대화하며 지난 날을 돌아본다.



그가 지켜낸 ‘고양이’는 가족과의 추억입니다. 물론 고양이 ‘캐비츠(cabbage)’도 나의 가족이지만, 영화 속 고양이의 존재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의미하는 바가 더 큽니다. 또한 고양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가 외면했던 아버지와의 연결고리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연인·친구·가족을 전화·영화·고양이로 비유하며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말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던 이들이 부재할 때 느껴지는 공허함과 허탈함은 그의 얼마 남지않은 생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소중한 것들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운명을 받아들인 그가 고양이를 안고 아버지의 시계점 문을 여는 장면은,

과거 어머니가 갓난아기였던 그를 안고 시계점에 들어서는 장면과 연결됩니다.

해당 장면이 암시하듯 고양이는 주인공인 ‘나’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나와 가족이자 나 자신의 존재 이유입니다.


예고편 속 귀여운 고양이를 기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대하게 되더라도

영화 말미, 갓난아기를 받아든 남자의 얼굴에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고양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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