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부모들에게 왜 유혹적인가?
우리가 답하는 질문은 샬롯메이슨의 살아있는 교육 1 '9세 이하 어린이들의 훈련과 교육 가정교육'의 질문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다.
성장하는 부모가 가정교육의 답이라는 글을 기획한 걸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장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특정한 요구만 했을테니 말이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내가 그간 얼마나 시스템적 사고에 깊이 매몰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긴 거의 평생을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투입대비 결과라는 일종의 논리가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데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는 시스템적 사고에 익숙해있고 그걸 비판적으로 바라보는게 어렵다.
교육이 지적 능력에 관한 것이라면 시스템적 접근이 유리할 수도 있겠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별 접근법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시라는 제도는 그러한 지적 능력에 대한 역량 평가이다. 역량에 따라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학교와 학과가 다르다. 물론 그런 지적 능력이 있어야 특정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선택의 기회가 역량에 따라서 다르게 주어진다. 그래서 역량이 강조되지만 재능과 열정에 대한 아이 존재의 특성에 대한 부분은 많이 간과되는 것이 아쉽다. 아이들은 이 세상의 다양한 학문에 대해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어떤 건지 성찰할 기회를 더 가져야 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시스템적 접근은 어떤 아이에게는 맞지 않는 걸수도 있겠다.
좀 더 실제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시스템적 접근은 이미 그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어서 부모들이 더 편하다. 시스템이 아이들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샬롯 메이슨이 제시하는 교육 방법론은 태도와 성품 그리고 삶 자체와 연결이 되어 있기에 조금 막연하다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완전한 인간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그런 전제를 가진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좀 더 열린 태도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미래의 직업이나 삶의 모습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시스템적 접근은 특정한 단계를 잘 따라가면 일종의 기대하는 결과를 보장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목표지향적인 삶, 특히 성공지향적인 삶을 추구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주의 등 복잡하게 얽힌 사상들이 오늘날의 시스템에 많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시스템 안의 규칙이나 공식대로 하다보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사탕 발린 말이 부모의 심리를 이용한다. 가장 큰 예로 사교육을 들 수 있는데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른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이고 참여율은 78.%라고 한다. 주당 참여 시간은 7.2시간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한 수치라는 게 놀랍다.
경제성장률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시스템을 잘 활용한 산업들은 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정립된 시스템 안에서는 성공을 보장 받을 것 같다. 그 것이 부모들의 잠재된 사상들과 융합되면 교육의 본질인 '스스로 행동하고 발전하면서 사회적 유익을 끼치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일률적인 인간을 만드는 양성소가 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발달이 마치 전인적 교육을 하기라도 한 것 처럼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다 겪어 온 일이지만 시스템 안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걸어간다. 수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삶의 중요한 가치들은 잠시 내려 놓고 한 곳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보니 수능만 치면 사건 사고가 항상 뉴스기사로 나온다. 매년 부정행위나 정신적 외압/ 비관에 의한 자살이 나오고 있고, 대리 수능, 문제 유출 등 나오는 이야기들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을 넓게 바라보면 일부에 불과하지만 시스템은 그 목표가 전부라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시스템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이 부모들을 더 유혹하는 것 같다. 강남8학군하면 서연고(SKY) 대학교와 같은 상위권 대학교 진학률이 높은 것을 알 것이다. 2022년기준으로 강남의 대표 명문사학인 휘문고에서 151명의 의대생을 배출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좋은 학군이 몰린 곳은 어김없이 학원 수도 많다. 강남구 대치동만 해도 922개의 학원이 있고 그것은 다른 동네에 비해 적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강남구 대치동 뿐만 아니라 안양시 평촌동,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등이 대표적이고 명문 한군지의 매매가도 덩달아 올라간다. 강남구 대치동은 평균 매매가가 28억 9292만원, 안양시 평촌동은 9억 3555만원,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은 12억 2225만원이다. 흔히 현대사회에서 부르는 성공의 모습이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한 외과의사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막노동을 하다 뇌졸중으로 입원하다 임종을 맞이한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아내는 남편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고 두 딸들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되고 마지막 수술 후에 결국 임종을 맞이해야 하는데 임종의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뺨을 부비며 한 마지막 인사가 내 눈물을 적셨다. '아빠가 내 아빠여서 너무 행복했어.' 그렇게 병원비에 병수발에 고생을 했는데도 떠나는 이에 대한 슬픔과 고마움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외과외사가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부족한 것 없이 해주고 비싼 돈 들여 유학 보내줬다고 부모에게 고마워할까라는 반문을 하면서 그것은 자녀 뜻이 아닌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라고 했던 영상이 기억난다.
인생을 넓게 바라보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지나온 세월 속에 내게 남는 것, 내 자녀에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면 당장 보이는 성공가도가 중요하진 않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가치있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힘이고 부모의 역할인 것 같다. 그렇기에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모든 지식과 지혜는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에 유익이 되어야 한다. 그 가치를 안다면 시스템에 무조건 아이를 맡기기에 앞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