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시키는 것'과 '멸시하는 것'의 차이를 구별하여라.
우리가 답하는 질문은 샬롯메이슨의 살아있는 교육 1 '9세 이하 어린이들의 훈련과 교육 가정교육'의 질문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손상을 입거나 멸시를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손상시키는 것'과 '멸시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샬롯 메이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손상시키는 것은 부모들이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함으로써 해를 입히는 것이며 멸시하는 것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음으로 해를 입히는 것이라고...아이들에게 부모의 영향은 그 만큼 크다.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서 세상과 상호 작용 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의 말과 행동으로 아이에게 해를 입히거나 멸시를 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의무와 도덕적 개념에 대해서 아무런 인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해야만 한다(ought)´의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샬롯 메이슨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법에 따라야 하는 존재(law-abiding)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특히 유의해야 하는 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성급히 말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법에 매인 존재로 태어났다고 인식할 때에 부모인 우리의 역할은 좀 더 가벼울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능한 일을 하고 그렇지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가능한 일은 모두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는 부모가 명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많은 경우 확신이 없이 '안 돼'를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아이는 그 '안 돼'라는 말의 의미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알고 있으며 부모들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 '안돼'가 '돼'라고 바뀔 수도 있음을 안다. 법에 따라야 하는 존재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말을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 아이로 자랄까? 이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옳고 그름을 자주 넘어서는 행위와 말을 함으로써 그 법을 어겨도 된다고 배우기 때문에 그렇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해서는 안되는 일을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며 이를 어기는 것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걸 실제로 가르치는 일이다. 가령 하루에 사탕을 하나만 먹는다는 약속을 한다고 하자. 아이는 사탕을 하나 먹고 오후에 또 사탕을 달라고 할 것이다. 아이가 계속 조르는 상황에서 부모는 마음이 약해질 수 있다. 아이가 귀여운 행동을 하거나 예쁜 표정을 지으면 부모는 이내 마음이 약해서 사탕을 더주게 된다. 이러한 작고 사소한 법을 부모의 행동은 아이가 부모를 조르면 법을 어겨도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이는 부모를 설득해 법을 어기는 행동을 습관화한다.
따라서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최고의 교육 지침은 부모들도 스스로의 법에 얽매인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부모 스스로가 정한 법을 자기가 기분에 따라 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이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배우게 된다. 부모 스스로가 법에 매인 존재라는 걸 인지할 때 그들의 행동은 법에 따르게 된다. 그들의 기분에 따라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게 아닌 스스로가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렇게 아이들도 부모가 법에 종속된 존재라는 걸 배우게 될 때에 아이들은 부모가 할 수 없는 걸 요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건강 법칙을 가르칠 수 있다. 부모들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에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만 먹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부모들이 밤 늦게까지 TV를 보는데 아이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바른 생활을 강요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건 부모들이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지 보여주는 길이 유일하다. 건강 법칙에 벗어나는 행동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부모들이 실천하고 아이들이 배워야 한다.
부모들의 지적인 삶의 법칙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이 어떤 양질의 지식을 얻는가는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실천하는 도덕 법칙 또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깊이 사랑하는 표현과 행동을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또한 그런 감정 표현을 배울 수 없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무미건조한 아이가 된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어떻게 공감하는지 아이가 배울 수 없다면 혹은 다른 사람의 필요에 대해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이가 배울 수 없다면 아이의 도덕적 법칙 또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자녀들에게 하는 것은 그들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우리가 자녀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멸시하는 것이다.'
글을 쓸 수록 느끼는 것은 아이 키우는 것은 그냥 물 흐르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난 5년간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을 하면 반성하게 되는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대답이 결코 내가 좌절하지 않도록 배움을 잘 적용함으로 부모도 성장해야 할 시점이다.
복음서 교육법 중 2가지인 손상시키는 것(offend)과 멸시하는 것(despise)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손상시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법칙에 따르도록 가르치거나 돕는 것이다. 반면 멸시하는 것은 아이의 가치에 대한 인정과 도덕적 행동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른이든 아이든 지켜야 할 기본적인 법칙을 알고 행해야 하는 책임은 있다. 법칙을 준수하도록 부모는 법칙 안에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함으로 아이들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반면 아이들의 가치나 도덕적 행동은 지속적인 측면이 있다.
지금 우리집 막내가 18개월이다. 아직 어려서 무엇이든 허용하는 편인데 울면 엄마가 다 들어준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로 본다면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쉬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백지상태에 글을 쓰는 것은 쉬우니까. 하지만 아이가 선과 악을 인지할 수 있고 법을 존중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안다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 - 울음이나 떼쓰는 것 - 를 이용해서 부모의 '안돼'를 저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가 해야 하지만 거부하는 행동을 보일 때는 그 것을 용인함으로 안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 안된다. 그 것이 아이가 부모의 권위를 따르지 않도록 만드는 첫 시작이고 자랄 수록 끝 없이 '안돼'라는 말에 투쟁하는 아이로 만드는 길이다.
가정에서 지켜야 할 법칙은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법칙보다 부모가 우위에 있으면 부모는 언제든지 그 것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모두가 그 법칙을 지키는 가정의 일원임을 가르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커서 '왜 엄마는 되고 나는 안돼?'라고 반문하며 부모의 입을 막을 날이 올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부모 역시 법칙에 매여 있음을 인지하는 데서 온다.
건강의 법칙에서 아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배변훈련을 하고 있는 둘째 아이의 침구를 수시로 빨아준다든지, 아이가 식사 후에 반드시 이를 닦는 행위, 삼시세끼와 간식을 챙겨줌으로 아이에게 적절한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 등이 신체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들이다. 안타까운 예를 들자면 '정인이'의 학대 사망 사건을 들 수 있다. 그 일화 중 하나는 아이에게 적절한 밥을 제공하지 않아 영양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매운 고추를 먹인 것 등 생각만 해도 부화가 치밀어 오르는 행위를 양육자가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적인 삶의 법칙에서 아이를 손상시키는 일은 다반사인 것 같다. 샬롯 메이슨 교육은 최고의 것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제공하면 양질의 교육을 할 부모의 책임을 버리는 것이다. 밥을 골고루 먹 듯이 모든 활동들도 골고루 하는 습관을 가지게 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뽀로로 노래나 동화책만 읽어주는 것은 분명 아이의 지적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위인전이나 식물, 동물, 클래식, 그리기 활동 등 다양하게 아이들이 즐기며 습득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이야기함으로 다양한 배움에 즐거움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법칙에 대해 손상시키는 일은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를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것은 일부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부모의 태도는 돌아봐야 한다. 사랑을 공평하게 주는 것이라기 보다 각 아이의 필요에 따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만 한다고 상대방이 안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되고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때 아이는 사랑받는 느낌을 느낀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