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럼 쉬는 사람
와 ... 피곤해 얼른 마무리하고 빨리 자고 싶다.
저녁을 준비하는 내 손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말을 되뇐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아이 공부를 봐주어야 하고 , 공부를 봐주는 동시에 설거지도 마무리해야 한다.
설거지하면서 주방 마감도 해야 해서 더러운 곳을 또 닦아내고 쓰레기도 버려야 한다.
몰아둔 재활용 쓰레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재촉해 대서 뒷골이 땅겨온다.
아이가 방에 들어가 먼저 잠을 청한다. 잘 자라는 인사를 해주고 아이의 방을 나온다.
이제 내 시간이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을 마무리 제대로 했는지 한번 더 체크를 하며 빠트린 부분은 바로 수정한다.
지인이나 일 처리 답변을 못한 건 없는지 체크하고
비로소 소파에 털썩 앉는다.
이리저리 티브이를 틀어 내 눈을 이끄는 티비쇼를 찾는다.
오늘 운동 피로도가 높은 탓인지 , 근육통이 벌써 올라오는 것 같다.
마사지 스틱으로 마사지를 하기 시작한다. 근육이 악악 소리를 내고 나도 소리를 악악 내고 있다
한 시간을 그렇게 마사지 스틱과 싸우다 티브이를 끈다.
드디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너무 좋다. 아늑한 잠자리에 몸을 누위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진짜 너무 피곤한데 , 이내 마음 한편이 안심이 된다.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살았네.라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금세 근육통 때문에 잠을 설쳐댄다. 운동도 모든 일처럼 "할 거면 제대로 하자 "라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고통을 자처한다.
6시 30분
남편의 아침 준비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곧 있을 모닝독서실을 6시 50분에 열어야 하기 때문에
얼른 입안에 비타민을 털어 넣고 물 한잔을 마신다.
학생들의 아침시간 활용을 위해 , 온라인으로 아침마다 30분씩 독서실을 열고 있다.
이것이 나의 아침 루틴의 시작이다.
어제 잠을 설친 덕분에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계란프라이를 하다 보면 몸이 조금 풀린다. 여기저기 몸이 배겨서 움직일 때마다 "악" 소리를 내지만
일상이라 그러려니 한다.
오늘은 아이가 느지막이 일어났다. 평소에는 나보다 빨리 일어나는 경우도 많은데
요즘은 날씨가 환절기로 바뀌더니 점차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여유롭게 책을 보는 아이와는 대조적으로 나는 아침부터 시간에 쫓긴다.
아침을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지만 , 아침의 움직임은 확실히 느리다.
아니 아침에만 이라도 늑장을 부리고 싶다.
밥도 먹지 않고 운동을 해 몸을 깨우고 싶지만 나만의 희망사항이다.
모닝독서실에서는 매일 3줄 영어문장 쓰기를 하고 있다.
밴드를 통해 서로 인증하고 있기 때문에 일차를 기록하고 학생들을 독려하는 문구를 매일 남기고 있다.
학생들에게 정해진 시간이 되었다를 알리고 마무리한다.
뒤이어 댓글로 학생들의 문장 쓰기 인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는 밥을 먹고 나서
그릇은 그대로 싱크대로 향한다. 이 그릇들은 내 점심식사 후 식기세척기에 넣을 예정이라
충분히 물에 담기게 담아 놓는 것이 필수다.
아이와 함께 등교를 한다.
내 아이는 나와 등교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서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서 일부러 학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맞은편 길로 다니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하나 더 지나야 하지만
아이는 그걸 훨씬 좋아했다.
마지막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가 친한 친구들 만나서 둘이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다.
자, 이제부터는 내 시간의 시작이다!
집으로 부랴부랴 돌아와서는
점심에 내가 먹을 메뉴를 준비한다. 메뉴라고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닭가슴살이다.
이틀 치 정도를 만들어 놓고 먹고 있다. 그리고는 아이와 남편의 저녁 메뉴를 위한 준비도 같이 한다.
메뉴 준비가 아니면 빨래를 돌리는 날도 있다.
잠시 앉아서 유튜브 숏츠를 휙휙 넘기며 , 무념무상에 빠진다.
가방을 메고 , 운동을 갈 준비를 한다.
운동은 최소 주 3회 하려고 한다. 근력운동 + 유산소를 1시간 30분 정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내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운동할 때는 "아무 생각 " 하지 않아서 이다.
평소에는 일 관련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 스위치를 잘 끄지 못해서
항상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계속 끝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 운동하는 순간이 너무 힘들어서
정말 아무 생각 하지 못하고 , 10개만 더 , 아니 5분만 더를 외치다 시간이 가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도 하고
이 상쾌한 느낌을 더 느끼고 싶지만 , 마음이 급하다.
아이의 하교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등교와 마찬가지로 하교할 때 엄마가 나와있어 주길 바란다. 그 이후 스케줄은 혼자서 잘 다니지만
하교할 때만은 꼭 엄마가 마중 나와 주길 바라는 아이 덕분에 점심 식사 시간이 바쁘다.
매번 거의 비슷한 메뉴로 점심을 먹기 때문에
후다닥 점심상을 차리고 밥을 먹는다. 주중에는 3끼를 굉장히 클린 하게 먹고 ,
과자나 빵종류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자극적으로 음식을 먹고 나면 굉장히 몸이 처지는 반면
클린 한 음식으로 먹고 나면 몸이 바로 서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밥을 다 먹고 나가는 날도 있지만 , 오늘은 3/2 정도만 먹고 일어나야 한다.
아이의 하교 시간이 금세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교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오래 걷지는 않지만 ,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귀찮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운동을 가는 체육관도 아이의 학교 반경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 하교 픽업을 한 후, 아이가 학원을 가 있는 동안
나는 이제 내 수업준비와 수업이 진행된다.
내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 아이가 제대로 집에 왔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아이의 그다음 스케줄에 대해서도 일러 줘야 한다.
내 모든 일과가 톱니바퀴 맞물린 듯 탁탁 맞아 들어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중간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밀려오곤 한다.
계획형 성격이 아니지만, 많은 일들을 처리하려다 보니
J 성향의 기질이 불쑥 나오는 것 같다. ( 나는 사실 P성향에 가깝다. )
드디어 세 시간의 연강이 끝났다. 학생들의 기록도 수업의 중간중간에 기록하며 , 특이점이 있는 것들은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한다.
빠진 것이 없는지 , 학원 밴드를 체크하며
숙제 부분, 공지사항을 확인한다.
내 일적인 업무는 마무리가 된다.
그나마 5년간 이어진 이 업무는 내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터라
어렵거나 힘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체력이 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비축해 둔 에너지가 점점 떨어져 간다. 체력적인 에너지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에너지도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깊은 한숨 몰아쉬면서 ,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이렇게 하루를 짜인 대로 살아내는 것이 보람되면서 안심이 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멈추는 방법을 몰라
이렇게 나를 몰아넣고 있는 것 같다.
집안일을 조금 여유롭게 하는 것
이렇게 글을 여유롭게 쓰는 것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여유롭게 대화하는 것
수업 전 나를 돌보는 산책의 여유
이렇게 멈추는 연습을 하나씩 해나가며 내 감정과 느낌을 써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