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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님 Jan 22. 2024

청소의 표현

지극히 사소한 나의 일상 #3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 다음으로 하는 것은 청소이다. 여전히  깜깜한 이른 아침에 눈을 뜬 날은 청소부터 하고 세수를 한다.


온 방과 거실의 창문을 활짝 열어 밤새 눅눅하게 데워진 실내 공기를 내보내고 싱그러운 바깥 공기를 다시 채워 넣는 것으로 나는 청소를 시작한다. 곤히 잠들어 있던 집 안 곳곳의 가구와 각종 집기도 그제서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뜨리라. 쓸데없는 공상은 이른 아침에도 예외 없다.


아침 청소는 집 안 곳곳에 드리운 밤 그늘을 걷어내는 나의 신성한 의식이다. 혹은 집착이다. 지난 저녁의 청소가 무색하게 새로운 먼지가 앉은 남편의 책상 구석구석을 털어내며 오늘 하루 남편의 안녕을 기원한다. 먼지를 없애면 꼭꼭 숨어 도사리고 있던 불운도 사라질 것만 같다.


같은 아파트의 옆 동에는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일 년에 한두 번, 가까운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시느라 사나흘 집을 비우신다. 공항 마중은 번거롭다며 한사코 사양하시는 통에 대신 부모님 댁을 청소한다. 돌아오시는 대로 바로 쉬실 수 있도록 청소기도 돌리고 먼지도 털고 환기도 한다. 요즘같이 추운 계절이면 도착하시는 시간에 맞춰 난방을 트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청소는 내 마음의 표시이다. 딱히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2024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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