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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Jan 27. 2023

시수(Sisu)는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

나는 어떤 행동으로 용기를 냈는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부침의 시간 가운데, 이제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떠올린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한 출판사의 전무이사로 계실 정도로 잔뼈가 굵은 분이셨고

그만큼 집에는 늘 그림책과 동화책을 비롯한 책이 있어서 책과 함께하는 환경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교과서와 연관된 출판사의 업무중심 가운데서 그 무서운 "검열"이란 덫에 결국 위기가 찾아왔고,

당시 살고있었던 집에 이름모를 사복을 입은 건장한 분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그 건장한 분들이 전기밥통을 축구공 차는 듯이 발로 까서 아주 박살을 내 버렸다.

그 처참한 현장의 모습, 그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때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께서 막내였던 나를 안고 무조건 가게로 데려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 "포미콘"을 사서 나를 먹이고, 울고있던 나를 달래 주셨다.

그래도 무서웠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난장판이었던 그 때의 모습이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 먹었던 "포미콘" 아이스크림맛을 잊지 못한다.


<포미콘은 80년대 아이스크림> 빙그레 아이스크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인용


P.S : 이런, 본인의 연령대를 들켰다.....


아버지는 크게 상심해서 출판사에 사표를 내셨다. 그리고 기약없는 여행을 정기적으로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어찌되었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해서,

그 때부터 약 15년 정도를 가정부(아니 파출부라고 한다)로 일을 하고 2남2녀의 자식들을 키우셨다.


"가난"과 "생존"이라는 현실의 부분을 너무나 일찍 깨달아 버린 그 때,

온 가족들에게 있어서 지금까지도 영향이 있는 것은

"삶은 생존과 버팀의 연속"이라는 아주 생생한 현실자각이었다.


그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우리 가족들은 진짜 허허벌판에서 농사를 하는 것처럼 각각의 성장기를 거쳤고,

IMF-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경제위기-코로나19의 무자비한 침투 가운데서도 살아남아서

각각의 일상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2022년 6월 말, 강원도 양양으로 가족여행을 했다, 맨 오른쪽이 본인이다>


아버지는 2013년 12월 1일에 돌아가셨고,

이렇게 어머니와 2남2녀의 형제자매들이 저마다의 가정을 이루며 살고있다.

(물론 본인 혼자 아직 미혼이다)


나는 어머니의 용기를 보았다.

그 어렵고 처절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 먼저 나를 데려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였던 그 용기,


남들이 손가락질 하고 차별하는(지금도 그렇다) 다른 가정집의 가정부(파출부)로 일을 하시며

우리 남매를 키운 용기,


지금도 영어공부를 하고 글을 쓰시면서 오히려 지역 복지관에서 다른 친구분들을 돕고

친교를 나누는 스스로의 자존감에 대한 용기,


<양양 하조대에서 어머니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2022년 6월>


나는 어머니께서 진정한 시수(Sisu)를 가지셨다고 생각한다.

핀란드를 아직 가보지 못하셨지만, 핀란드의 시수를 이미 온 몸으로 느끼고 행동한 분이지 않겠는가,


다시 언급한다.

핀란드의 정신적 가치라 말할 수 있는 시수(Sisu)는,

의연한 결정, 대담함, 용기, 용맹, 의지력, 끈기, 회복력을 포함하는 한 무더기의 자질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을 의미하며 활동지향적인 사고방식이다.


무엇보다 행동으로 말한다는 데, 시수(Sisu)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이제 본인에게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어떤 행동으로 용기를 냈는가,

나에게도 여러가지의 시도와 인내하는 시간들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무언가를 시도하고 길게 참고 다지고 인내하고 가꾸는 무엇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수십년간 이어오신 그 인내와 용기의 부분을 나는 감히 따라갈 수 있을까,

그 경험과 행동의 용기를 나는 감히 따라간다고 하지 못하겠다. 다만 조금이라도 교훈을 받아서

나름대로의 삶에서 용기를 내고, 행동하고 싶다는 것, 그런 마음이 분명 있다.


명절이 지나고, 사흘동안의 출퇴근을 반복하고 금요일 퇴근하는 길에

갑작스럽게 살짝 울컥하고 외로워진다.


핀란드의 시수(Sisu)에 관한 책을 찾아서 다시 그 내용들을 읽으면서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주말을 맞이한다~


<핀란드의 시수에 관한 서적-소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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