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 내 마음에 다가왔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책을 읽었다.
사실 책 제목에 더 큰 흥미와 관심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본 드라마의 제목이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MBC 베스트셀러극장으로 기억한다)
그 드라마를 보고, 당시 아역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소화한 배우 "김민희"
(똑순이 김민희도 아니고, 영화배우 홍상수와 관련된 김민희도 아니고 있다)
그 아역배우의 연기와 슬픈 스토리에 몰입해서 본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이 제목이 기억이 나는것인데,
클래식 음악으로 프랑스의 음악가 모리스 라벨(M. Ravel)의 작품이름이기도 했다.
(라벨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볼레로<Volero>가 있다. 그 쌓여지는 형식의 곡)
다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 돌아와서,
이 책의 주된 내용은 1980년대 서울 변두리를 배경으로,
한 못생긴 여자와 상처 입은 두 청년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연애소설이자, 심리치유소설이라고 여겨진다.
현대 사회에서 늘 겪게 되고, 많은 이들이 실감하고 있는 현실이 있는데,
외모에 관한 이런저런 갈등과 무력함,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의 축이 있다.
그 무겁고도 강한 힘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청춘들의 내면을 이 책은 섬세하게 파고든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 서사를 초월해서,
부와 아름다움이라는 허울 좋은 기준에 편입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자화상,
그리고 그 바깥에서 존재를 지키려 했던 한 세대의 내면과 외적으로 표현된 감정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켄터키 치킨집 등 익숙하게 묘사된 시대적 풍경 속에서,
박민규는 ‘못생김’이라는 낙인을 단 인물에게서 오히려 진정한 사랑과 인간다움을 조명하며
외모 중심의 질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비교 속에 지쳐가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소수의 화려한 빛이 아닌
불완전한 우리 각자가 가진 내면의 빛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위즈덤하우스 공식 책 소개
보통 "루저"라고 불려지는 소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그와는 전혀 다르게 다양한 감정선과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
더해서 시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의 모습들까지, 작가는 자유롭고도 몰입의 마법을 선사하며
이 책의 스토리를 이리저리 휘젓는다. 즉, 한 번 내용에 빠지면 계속 읽고 집중하게 된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해서 고스란히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_16~17쪽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모든 사랑은 서툴다. 나역시 그런 과정을 수도없이 겪었고,
앞으로도 계속 겪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서 서로를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없기에, 오늘날 TV와 인터넷으로 보여지는 수많은 남녀의 갈등은 정말이지, 너무 세다.
(하나의 폭력적인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나는 부부갈등등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리얼연애 프로그램(러브 버라이어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그 가운데서 나오는 남녀의 이런저런 말과 행동의 부분들, 분위기, 커뮤니케이션 온도, 외모, 스펙등
다양한 부분들이 노출되고 보여지는데, 사실 본인은 그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여기 이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어도 충분하게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자는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그런 방을 가지고 있어요. 아름답고, 아름다울 수 있고...
해서 진심으로 사랑받고... 설사 어떤 비극이 닥친다 해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 그런 방, 말이에요.
아무리 들어갈 수 없는 방이라 해도 결국엔 문득 그 방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전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찾아올 리 없지만, 그래도 그 방문에 몸을 기대면...
기대어 울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죠.
_220쪽
남자의 입장에서 이 글을 읽었지만, 참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문장들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도 있는데, 남자도 그렇지만,
더욱 섬세하고 다양한 내면의 도로가 있는 "여자"의 내부에 있는 방,
읽으면서 이 아름다운 표현에 내 마음도 동화된다. 그리고 이것을 내면에 새겨야겠다고 다짐한다.
다음에 어떤 여자, 여성을 만날 때, 그 사람의 내면을 존중한다는 것, 그 약속이 아니겠는가,
책은 이렇게 실제 일상에서 떠올리기 쉽지 않은 감성을 보여주고 독자의 내면을 끌어올린다.
https://youtu.be/rqAta400iwQ?si=45Rwqo49Jp9K9OxZ
다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곡을 듣는다.
아름답고 내면을 잔잔하게 울린다.
나는 누군가에게 오해보다는 이해로 대해주고,
그 사람만의 방이 있음을 알고 존중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한강 작가의 열풍이 불었던 이후, 오랜만에 집어들고 읽었던 소설이었고,
깊고도 잔잔하게 스스로의 내면도 관찰할 수 있었던 지난 읽기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평을 하는 글쓰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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