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어머니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피아노로 돌아가다"(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 서평을 남긴다.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다른 한편에서 "강과 그 비밀"(마오에서 바흐까지)책이 동시에 나와 있었는데,
중국 출신의 주 샤오메이의 역경을 담은 자서전이었고, 그 공통분모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BWV 988 Goldberg Variation)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를 글을 쓴다는 것, 그리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았다.
불면증에 시달라는 한 백작의 청을 받고 작곡했다는 32개의 연주곡 모음과 어머니와의 스토리 구성이라,
흥미로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궁금함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제목 원제가 "Counterpoint" 다. 음악용어로 "대위법"을 뜻한다.
대위법은
두 개 이상의 선율을 선형적인 개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맺도록 결합하는 기법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책에서의 하나의 선율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이야기,
또 다른 하나의 선율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의 선율이 흐르고 있는 책이라고 하면 되겠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책 소개가 바로 이런 점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방식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에 대한 가슴아픈 성찰"
이 책의 저자인 필립 케니콧(Philip Kennicott)은 예술 및 견축 평론가로
다수의 클래식 음악잡지의 편집자로 일했고, "그라모폰"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리 온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까다롭고 분노를 잘 표현하고
그것에 대해 늘 부담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토로가 책 가운데 군데군데 표현된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서도 결국 돌아가시게 되고, 다양한 허무감과 위로-안식이 없는 팍팍한 삶 가운데서
케니콧은 방황하며 그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죽음은 그녀에게 아무런 지혜를 주지 않았고, 삶은 그녀에게 거의 기쁨을 주지 않았으며,
죽는 과정에는 괴로움이 가득했고, 어떤 해결도 평화의 느낌도 없었다.
그녀의 죽음은 한때 ‘좋은 죽음’이라고 불렀을 만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녀와 손자로 가득한 긴 삶 뒤에 가족에게 둘러싸여 맞이하는 죽음이었으니까.
그녀는 의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를 받았으며, 의학적으로 더 할 일이 없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통증을 덜어주고 쇠약해져가는 몸을 돌볼 수 있는지 잘 아는 간호사의
가장 친절하고 전문적인 돌봄을 받았다. 그녀는 집에서 죽었고, 자식들은 모두 자기 인생을 시작하여
안정되고 어쩌면 성공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식이나 손자 가운데 앞세운 사람도 없고 누구도 일반적인 중간계급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망가진 가정이나 버려진 자식도 없었고, 만성적 도박꾼이나 헤로인 중독자도 없었다.
우리는 절대 완벽한 가족이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이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충만했는지 평가하려 했다면
일반적으로 행복을 주는 것은 많고 슬픔을 주는 것은 별로 없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했을 것이다.
_23~24 Page 중,
이런 공허함과 적막이 있는 가운데서 마주한 것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그 음악은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놀랄 만큼 아름다운 곡이었고(P.117중)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 음악이 자신의 마음과 열린 통로로 함께하면서 내면이 충만해지는 경험,
그것을 책에서 담아내고 있다.
다른 사람,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죄를 우리는 음악에도 저지를 수 있다.
이를테면 귀를 기울이지 않는 죄, 또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죄가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놀랄 만큼 아름다운 곡에 처음 다가갈 때 우리가 빠져드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이 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지저분한 소리, 건반을 두드려 내는 음은
자신이 진짜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듣는 환희 속에서 잊히고 만다.
한동안, 음악이 당신의 귀를 새로움으로 현혹시키는 동안은 자기 최면에 빠져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아마도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자신이 바흐가 수백 년 전에 쓴 음악의 통로가 되는 것에 전율한다.
_117 Page 중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
나 역시, 80대 중반의 노모를 모시고 있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그러나 직장근무외에 집에 도착하면 다양한 부분에서 어머니를 돕고 여러가지 살림을 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 아직 어머니께서는 치매라든지 이런 건강상의 문제가 아직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본인도 클래식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거기에 빠질 수 없는 "북유럽"(Nordic)에 대한 가치,
책에 대한 애정등 이런 것들이 있어서 일상의 팍팍하고 때로 힘겨운 것들을 극복해 나아갔는지도 모른다.
케니콧은 바흐에 빠졌으며, 곡의 제목인 골드베르크 가문을 깊이 연구하게 되었으며,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들을 탐구한다.
그 가운데서도 바흐 스페셜리스트라고 하는 글렌 굴드(Glenn Gould)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외 다양한 바흐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남긴다.
*참고로 내게 있어 바흐 스페셜리스트(건반연주)는 안젤라 휴이트(Angela Hewitt)가 우선순위이며,
최근의 조성진, 임윤찬의 바흐 연주곡에도 깊은 애정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본인 스스로의 일상의 스토리와도 연결해서 글을 읽고 사유를 한다.
그 절실한 하나하나의 글에 내 마음도 동일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내면의 황량한 마음을
음악으로 위로받고 치유해 나가며, 그 글과 함께 스스로의 마음도 춤을 추고 연주한다.
나는 서양 예술의 위대한 감정적 여정 가운데 하나의 끝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희미해지는 것에 귀를 기울일 때, 바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바흐는 기쁨, 또는 치유, 또는 말로 포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감정적 체념과 마주하게 해준다.
그것은 일반적인 시간 감각의 바깥에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 있기 수백 년 전에 존재했으며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존재할 것이고 우리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것은 경이로울 만큼 기진하게 하며 완벽하게 아름다우므로,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면 들어봐야 한다.
죽기 전에.
-P. 386 마지막 구절
그리고 나도 역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를 듣는다.
저자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대위법(Counterpoint)을 적용했다면,
본인은 이 책과 이어지는 현재의 진짜의 삶과 역시 같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삶의 대위법(Counterpoint)을 맞추면서 그 아름다움에 빠진다.
아름다운 음악과, 삶의 향기가 두루두루 스스로의 내면을 어루만진, 독서의 시간이었다.
https://youtu.be/seYfmj3L2EA?si=ULaVd1ItSHbjf_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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