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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Dec 12. 2022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서평

시간이 지나도 글쓴이의 가치는 잊혀지지 않는다

2014년 6월 초판이 나온 후,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다수 방송, 다수 언론사에 소개되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고(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

일본에서, 그리고 번역되어 읽힌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당한 울림을 준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5년에는 출판인들이 꼽는 숨어있는 최고의 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이, 이 책의 어떤 스토리가 이렇게도 많은 이들과 사회에 '회자'되는 것일까,

(회자되다 : 사람들 입에 널리 오르내리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그리고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2021년 11월 초판 발행)>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부조리한 경제구조 속에서 먹거리와 삶이 위협받는 현실을 극복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자신들의 삶 또한 균형을 맞춰가기 위해 노력하는 빵집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의 첫 직장은 서른이 넘어서 취업한 한 유기물농산도매회사,

그러나 이곳에서의 여러가지의 비리의 모습(원산지 속임,뒷돈 거래등)에 환멸을 느끼고 

삶의 진정성을 갈구하게 된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지금의 직장은 정직한 직장이다.(돈가스 전문 식품회사) 

 돈가스를 만들기 위한 고기 원육 이력제, 유통기한, 원육, 생산품 상태등이 철저하게 이행된다.


균을 연구하셨던 할아버지,

마르크스를 연구하셨던 아버지,

이에 영향을 받아서 저자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노동의 의미에 대하여 깊이 탐구하게 된다.


<가운데 중앙에 두 아이들과 함께있는 와타나베 이타루 부부, 그리고 직원들>


빵집 이름은 '다루마리'. 그곳 주인부부의 이름 '이타루'와 '마리코'의 조합이다. 

이 빵집 주인들, 월·화·수요일에는 가게 문을 닫고 일 년에 한 달은 장기휴가를 떠난다. 

빵의 평균가격은 400엔(우리돈으로 4,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결코 싸지 않다.

그런데 이 빵집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과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뜻이 그들이 만드는 빵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공 발효된 효모인 이스트를 쓰면 쉽게 빵을 만들 수 있는데도 

다루마리는 이스트나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대신 고택에 붙어사는 천연 효모를 사용해 빵을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의 각 챕터 앞에는 <주종빵을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스스로에게도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빵집을 차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또한 이들은 되도록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쓰고 환경과 사람에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이 일주일에 사흘은 쉬고 일 년에 한 번 장기휴가를 떠나는 것도 

"만드는 사람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 받으려면 

만드는 사람이 잘 쉴 수 있어야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정말 멋진 기업가정신이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이 말했다. 

"노동자를 오래 일하게 하는 것처럼 자본가가 많은 이윤을 손쉽게 얻는 방법은 없다

"노동시간을 길게 해서 이윤을 늘리는 방법은 자본가의 상투적 수법이다"


참고로 한국의 근로자 5명중 1명은 총 근로 2285시간(주당 52시간 이상)을 일하는 현실이고,

한국 전체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OECD국가중 최대의 노동시간이다.

(현재 한국과 멕시코가 이 최대 노동시간을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쟁은 빨리 탈락하는게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도 상품이다. 

개인들은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판다.(지금 스스로가 그런 입장이기에 더욱 실감난다)  

노동력을 팔기 싫다면 생산수단을 가져야 한다. 

빵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저자는 여러 곳의 빵집을 전전하며 제빵기술을 배우고 

믹서, 오븐 등의 생산수단을 갖춘 뒤 자신만의 가게를 열게 된다. 


좌충우돌을 겪으며 진정한 일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돈이 지닌 부자연성과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마르크스 자본론"과 "천연균"에 비유해서

하나하나 풀어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며

그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것이 "돈"이고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P.S : 여기서의 부패는 자연스럽게 썩는 현상이다.

      썩어서 천연비료가 되고 그것이 다시 순환되서 열매를 맺고 생산되는 흐름,

      이 자연적인 흐름을 돈이 멈추어놓았고 기형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많은 실패의 부분을 드러낸다.

주종빵을 만들기 위해, 천연효모균을 얻기 위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쓸데없는 곰팡이를 만드는 낭비의 부분도 보여주고,

본인의 사회생활에서의 방황의 부분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이야기한다.


그랬던 경험이 지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는다.

지향하는 근본적 삶, 그리고 노동의 의미를 저자는 본문 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자리가 잡히고 균이 자라면 먹거리는 발효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상인과 장인이 크면 경제도 발효될 것이다.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

 그것이 시골빵집이 새롭게 구워낸 자본론이다.

 빵을 굽는 우리는 시골 변방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의 태동을 오늘도 느끼는 중이다"


여러 지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담백하지만 확고한 저자의 가치관이 표현되어 있고

빵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동시에 있는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2021년 11월, 다음 서적인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책에서는 

그 이후의 다루마리 빵집과 그동안의 저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더해서 전하는데,

2015년 부터 지금까지도 지즈초(일본 돗토리현 소재)라는 곳에서 야생효모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돈가스 전문 식품회사는 바로 내일 

2022년 12월 13일(화) HACCP(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인증을 위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HACCP 마크>


식품에 대한 인증심사를 받기에 앞서 이 책을 다시 끄적여 보면서

식품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점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금도 이어지는 한 대형 식품프랜차이즈 본부의 비뚤어진 노동자에 대한 시선은 늘 분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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