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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들 Sep 04. 2021

드라마 제작PD : 프롤로그

제작PD의 티저 예고

0. 프롤로그 (1) - 그들이 사는 세상
 

  

 드라마를 하고 있는 사람 치고, 아니, 방송업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2008년 방송된 KBS2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고, 한 번'만'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이 사는 세상> (이하 '그사세')은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누구보다 진솔하게 보여주고, 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던 드라마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뜨겁게,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열정과 정열을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나도 그러했듯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드라마'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드라마 현장에 들어왔을 때, <그사세> 마저도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항상 정돈된 외모로 출근하는 송혜교가 없고, 꾀죄죄하지만 잘생긴 현빈이 없었다.)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정말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차윤희 (김남주 분)


0. 프롤로그 (2) -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드라마를 만드는 데는 정말 다양한 직군(파트)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드라마 PD라고 잘 알려진 '연출' (혹은 감독 / Director) 이고, 드라마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 그리고 맡은 역할을 연기를 해 보여주는 '배우'(연기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직군이다. 거기에 드라마를 찍는 촬영팀, 빛을 조절하는 조명팀, 오디오 녹음을 하는 동시녹음팀, 소품을 준비하는 소품팀, 세트와 대도구를 담당하는 미술팀, 연기자들의 분장과 의상을 담당하는 분장팀과 의상팀, 촬영분을 편집하는 편집팀, 전반적인 촬영의 진행을 담당하는 연출부, 촬영 데이터를 담당하는 데이터매니저 팀 등 우리가 알고 있거나 혹은 생각도 못한 다양한 직군이 필요하다. (드라마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에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모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주말 드라마에서 생소한 직업군을 가진 주인공이 나타났다. 그것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차윤희(김남주 분)! 그녀의 직업은 다름 아닌 '드라마 제작PD' 라고 했다. 드라마 제작PD ? 드라마 PD면 PD지 또 제작PD는 또 무슨 일을 한다는 말인가? 작가 설득하러 뛰어다니고, 연출 달래느라 뛰어다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달래는 역할(!)을 하는 그녀의 롤이 나는 드라마 상에서 좀 희미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큐였음을... ) 그래도 뭔가 똑부러진 말로 일을 척척해내고 인정받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도 생각하기도 했다.


0. 프롤로그 (3) - 드라마 제작PD


  우연히 드라마라는 업계에 발을 디딘 지도 벌써 8년차가 다 되어가고 있다. (2021년 기준)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 인턴 시절까지 포함하면 사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그 사이에 내가 참여한 작품도 벌써 10개가 넘는다. 공력이나 연차가 높으신 다른 분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작품 수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이제는 '어엿한 드라마인(人)'이라고 할 만큼 얼추 그 반열에 들 수 있는 숫자인 것 같다.


  내가 제작PD라는 직업을 알게 된 건 10년 전 인턴 시절이었다. 모 드라마 제작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분위기 파악하기도 바빴던 시절, 나는 사무실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며 항상 피곤에 쩔어(!)있었던 '제작PD'분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딘가 '야생미' (야성미 X) 넘치고, 뭔가 강인하면서도 굳건해 보이는 모습을 지닌 그분들의 아우라에 나도 모르게 압도당한 것 같기도 했다. (후에 내가 제작팀으로 들어가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됐지만..) 과연 저 분들은 밖에서 어떤 일(!)을 하기에 저런 포스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일까. 드라마 초년생이었던 나는 그분들의 뒷이야기가 새삼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그 직업을 안 게 10년 정도니, 드라마 제작PD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오래됐다고 할 수도, 또 다른 직업보다 오래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작PD라는 직군은 드라마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그래도!) 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정보가 없어서 드라마 제작PD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드라마 제작PD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가.


  드라마 제작PD로 살아온 지 고작 십수년(?).

  이제 조금 그 감을 잡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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