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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 Feb 29. 2020

지금 이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하다. 처음엔 별일 아니겠지 싶던 일이 요 며칠 새에 부피가 커졌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나는 이 상황이 피부에 더 다가온다. 주출입구 2개를 빼고는 모든 문이 폐쇄됐고 직원들이 돌아가며 문 앞에서 사전 문진을 한다. 그제부터는 모든 병실 병문안도 일절 제한했다. 한 아버님이 아내가 수술을 해서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 하셨지만 엄연히 보호자 1인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출입할 수 없다는 설명에 눈썹을 잠시 움찔하셨다. 아내가 무척 서운해하겠다며 아쉬워하셨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도리가 없다.


뉴스를 봐도, 인터넷 기사를 읽어도 여기저기 안 좋은 상황만 나온다. 처음엔 시시각각 확진자가 어디에서 나오나 체크했는데 괜히 안 좋은 생각만 더 들고 가짜 뉴스에 흔들리기만 해 인터넷  창을 닫았다. 이 상황을 따라갈수록 할 수 있는 건 없고 머리만 더 피로해졌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종교, 정치를 뒤섞은 채 떠들어대는 동안 이 사태의 본질에 충실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니, 요란하고 어수선한 이때일수록 나도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쨌든 코로나19는 왔고 병원 증축도 다가오고 있다. 다음 달, 새로운 건물에서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막바지 일이 한창이다. 간판은 잘 달아졌는지, 사이니지는 확실한지, 이사 준비는 문제없는지. 법에 걸릴만한 것들은 해결되었는지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19에 위축되지 않고 의연하게 일을 한다.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라면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고 손 자주 씻고 물을 마시는 세 가지 습관은 확실하게. 출근하려면 대중교통 이용은 어쩔 수 없으니 외식이라도 줄이고자 집밥에 신경 쓰는 정도다. 주변에 바이러스 확진자가 없어 심적으로 압박이 덜하긴 하지만 괜한 예측만으로 스스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컨트롤이 가능한 내 일에만 집중해 본다. 아마 나 말고도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어떤 건물주는 세입자의 월세를 깎아 주기도 하고 어느 작은 가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건을 정리하고  성실하게 손님을 기다린다. 아무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크겠지만 손 놓고 지낼 수만은 없으니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준비하는 게 최선일 게다.


나도 이들을 따라 그동안 소홀했던 업무를 체크하고 만들고 있는 기획서를 지겹도록 고민하며 수정한다.

모임과 행사도 취소되었으니 더욱 차분하고 고요하게 하루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비관적 생각은 말고 할 일을 해나가며 이번 사태를 숨 고르기의 기회로 삼아 주변을 정돈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달 월급이 줄어드네 마네로 회사가 시끄럽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내 정신을 붙잡고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지워 나가자.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저 쓴다. 오늘 업무 리스트 두 개를 지웠다. 이제 집에 가면 그곳에서의 나의 일이 남았다. 청소와 환기. 분리수거도 하면 나머지 리스트가 지워질 것이다. 이 자리에서 늘 해왔던 일을 이어가는 오늘이다.


모쪼록 다들 위축되지 말고이 사태를 이겨내셨으면 한다. 중요한 건 마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온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들을 지켜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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