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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 Apr 19. 2020

사주팔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사주팔자’란 단어는 참 흥미롭다. 해가 바뀐 첫날 궁금하기도 하고, 일이 꼬일 때마다 팔자 탓을 하며 그 시기를 견디는 사람도 많다. 그중에 나도 한 명. 인생을 살면서 논리와 이해로 이뤄지지 않는 일들이 점점 많아질 때마다 결국 ‘다 팔자대로 사는 거구나’ 싶다.


가령 어렸을 때 엄청 잘 놀던(일진 비슷한) 친구가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시집도 잘 가서 사는 소식을 들으면 그 아이가 살아온 과정은 스킵한 채 그냥 좋은 팔자를 타고난 거지 싶고, 반대로 똑똑하고 잘난 맛에 살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힘들게 된 상황에서는 운명의 가혹함을 느낀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사주니 팔자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냥 정말 궁금해서 읽어본 책에서 비롯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사주팔자를 해석한다는 기사를 읽고 ‘그럼 나도 해볼까?’에서 시작된 일이다.


친구들과 몇 번 사주카페에 가서 재미 삼아 운세를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들었던 공통적인 말은 ‘장군감 사주다. 요즘은 여자에게 좋게 작용하고 꼭 결혼을 늦게 하란 이야기’였다. 하도 들으니 별로 새롭지도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돈을 내고 그 말을 듣는 게 아깝다고 여기기 시작했는데 책에서 알려준 대로 차근차근 나의 사주팔자를 세워 보니 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꽤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사주팔자는 기본적으로 내가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가지고 세운다. 그래서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그 순간 흐르고 있던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감싸고 나의 기본적인 성향을 짓는다고 보는 게 바로 명리학, 사주팔자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나는 사람마다 뿜는 기운이 있다고 믿는데 그런 걸 느낄 때는 역시 사람을 만나고 대할 때이다. 내게 특별히 잘못하지 않고 심지어 잘 모르는 상태의 사람이 그냥 싫을 때가 있는 반면, 처음 본 사람인데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나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거나 나를 넘어서는 강한 기운의 사람을 만날 때 다른 느낌을 받는다.

여하튼 기운과 흐름, 에너지는 각각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고 수, 화, 목, 금, 토의 음양오행이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지에 따라 사주가 다르다고 하니 세상엔 참 다른 종류의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행의 특성과 ‘조화’다. 나를 예로 들면 목의 오행이 3개, 수가 2개, 화가 2개, 토가 1개로 금이 없으며, 남편은 수가 무려 4개, 금이 2개, 토가 2개로 화와 목이 없다. 어느 음양오행 하나 좋고 나쁘고 가 없으므로 가장 좋은 것은 여러 개 모두 조화롭게 있는 것이며, 극단적으로 몰려 있는 경우 타고난 사주를 잘 운행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단순히 사주팔자가 좋은 건 내 앞에 깨끗하고 안전한 길이 펼쳐진 건 줄 알았다. 좋은 길이 펼쳐져 있으니 어떻게 가든 타고난 좋은 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길은 똑같이 주어졌는데 내가 어떤 무기, 혹은 아이템을 장착하고 인생의 먼 길을 떠냐느냐인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길을 걷던 도중 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 나는 임기응변이라는 아이템으로 그걸 넘는 반면, 내 남편은 신중이란 아이템으로 진득하게 그걸 해체시키는 수이다. 같은 길을 두고도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누가 옳고 그르냐 없이 본인의 운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기본적인 사주팔자의 구성을 알고 있으면 내게 유용한 아이템이 뭔지 즉, 내가 기본적으로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인지를 알 수 있고, 덩달아 타인의 다름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지혜가 생긴다. 내 그릇이 밥공기인지 간장종지인지 알고 있으면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만의 행복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것과 같달까?


그럼 장애물을 없애는 아이템이 없을 땐 어떡하냐고? 타고난 것이 없으면 그걸 만들어 내는 일은 단 하나밖에 없다. ‘노오력’


너무도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단어이지만 이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고쳐 쓴다’란 말이 바로 이 노력과 애씀을 두고 한 말이기 때문이다.


예가 너무 단편적이지만 이해를 돕자면 목의 오행이 강한 나는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는 늘 있지만, 금의 오행이 없어 결단력, 실행력 부분이 약해 끝맺음이 늘 약한 게 문제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결과를 도출해내려는 나의 의지력을 스스로 키워야 하고 마감일을 정해 억지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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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없는 것들을 노력으로 갖춤으로써 중용의 길에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 자신의 사주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개선하도록 노력할 때, 우리는 타고난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책, 내 팔자가 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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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전하는 없는 아이템을 갖는 팁은 바로 ‘있는 척 하기’다.  ‘~척 하기’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니..


얼마 전 요식업 백종원 대표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본인이 칭찬받는 이유는 ‘착한 척’ ‘겸손한 척’ ‘욕심 없는 척’ 했기 때문이라고. 칭찬받으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니까 진심이 되고 정말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다.


의도치 않았지만 그동안 나도 꽤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덤덤한 척’하기였는데 작은 일에도 크게 분노하고 좌절하는 성격이 자꾸만 운명을 그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의연한 척 스스로 주문을 걸곤 했는데, 지금도 회사 다이어리 한쪽에는 매일같이 ‘덤덤하고 담담하게’라고 작게 써 놓고 업무를 시작한다. 가능한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다. 오늘 내가 쓴 것처럼 타고난 사주팔자대로만 인생이 펼쳐진다면 우리는 드라마틱한 기적 없이 단편적인 사실로만 나열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모순된 성격과 이중성이 인간이 가진 숙명이자 매력인 이상 타고난 사주를 가지고 팔자를 제대로 운용하며 살아 볼만 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부족한 그 이상을 어떻게 넘어 볼 것인가에서 나의 가능성을 점쳐 보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사주팔자에 굉장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말하면 50 프로 정도 기대보고 싶은 마음일 뿐, 애쓰고자 하는 마음 없는 사주팔자는 앙꼬 없는 찐빵인걸 알겠다. 다만 이번에 직접 나의 우주 탄생을 해체하고 풀어본 경험이 인생의 미스터리한 부분을 약간 해소시켜 준 기분이랄까. 우리에겐 분명 약한 기운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궁금해 자꾸만 사주팔자를 보는 현재의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


‘지금을 잘 살아보려는 노력’이다.


신이 주신 재능만 믿고 까불지 않고 스스로 정한 내 삶의 규칙을 선한 영향력으로 행사하는 일은 소위 ‘안 좋은 사주’를 타고난 사람도 운명을 바꿀 유용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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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태어난 순간, 자연의 기, 우주의 기가 들어 있다. 사주팔자는 내가 태어난 시간의 기록이자 이 우주에서 내가 차지한 공간의 기록이다.


(책, 사주명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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