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이 되어도 여전히 행동하는 것이 두렵고 힘듭니다.
2주가 지나고 다시 정신과에 다녀왔다. 선생님은 의존성이 있는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를 계속 복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저녁에 먹는 아토목신(아토목세틴)을 증량하는 대신 콘서타를 복용하지 말라고 권해주셨다. 주말에는 큰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콘서타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대답하고 웃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조금 걱정이 앞섰다.
주말에는 그저 느리게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기운이 나지 않았다. 기분도 같이 떨어져 주워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콘서타를 복용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아이의 친구를 초대해 같이 놀아야 했는데 노는 내내 힘들었다. 아이들은 의도치 않게(또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이 쳐놓은 경계를 가뿐히 넘어 침범하는 것에 익숙하고 나는 그런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첫 정신과를 방문하기 이전의 나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아토목신과 아빌리파이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루가 길고 힘들었지만 콘서타를 복용하지는 않았다.
월요일 아침에도 콘서타를 복용하지 않았다.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눈을 만지게 된다. 멍하니 모니터를 주시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좀 더 참아보기로 했다. 업무가 시작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그만두고 싶어졌다. 병가를 내어 하루 쉴까 고민하며 모니터 너머로 넘어오는 일을 꾸역꾸역 처리했다. 쉬는 시간에는 집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녔다. 쉬는 시간은 언제나 금방 흘러간다.
점심시간까지 아마득하게 남은 것 같다. 이럴 때면, 가끔 내 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손가락은 서로 붙어버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코끼리 손이 된 느낌이다. 팔을 들어 깍지를 끼고 손가락을 주물렀다. 괜히 손바닥을 몇 차례 비벼 온기를 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가 근처 농협에서 사 온 말린 청귤 조각을 가져와 물에 넣었다. 적절히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묘한 청량감이 느껴질 때쯤 마셨다. 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따스하지만 습한 바닷바람이 들어온다. 오늘 점심 식사 후 산책에는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나가도 괜찮을까? 모자는 써야 할까? 하고 생각했다. 책상 한편에 둔 Google nest의 작은 화면에 아들의 사진을 보고 다시 힘을 냈다.
Robert Evert Cimera의 Making ADHD a Gift: Teaching Superman How to Fly를 읽고 느끼게 된 것이 있다면, 내가 해야 할 행동의 동기가 될 만한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모두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일반 사람들은 그런 사소한 것에서 오는 다양한 긍정적인 감정들로 동력 생성이 잘 되는 것일 텐데, 나로선 사실 쉽지 않다. 억지로 하는 수밖에 없다. 가끔 억지로 하다 보면 반짝하고 빛나는 지점이 있다. 아무리 하기 싫은 일에서도 이 지점을 찾아내면 조금은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해내고 나면 짜릿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느 날은 도저히 콘서타 없이는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먹었다. 커피를 마셨을 때 카페인이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앞에 미세한 안개가 걷히고 모니터의 글자가 잘 보이기 시작한다. 위약 효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 적어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며칠간 실험해 보았지만 콘서타를 복용했을 때 꽤 집중력이 높아진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쓸모없는 생각도 많이 줄어든다. 순간적으로 주의를 뺏기는 순간이 있어도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것이 위약효과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확실히 콘서타를 복용했을 때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기분 좋음이라는 것이 어떤 각성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 잡생각이 없고, 내가 해야만 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또는 내 의지에 따라 다른 것에 시선을 두거나 주의를 분할할 수 있는 것. 어떤 행동을 해야 할 때 미루지 않고, 동기를 기꺼이 찾아내거나 동기가 없어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애쓰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게 되는 것들이 나에겐 조금 버겁다.
굳이 급하게 결정을 내리거나 예측하지 않고 천천히 내 몸에 실험하며 순간의 결론을 인지하고 지금 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존성이 있는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지만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에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에게도 이대로 약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해야겠다.
참고:
Long-term methylphenidate use for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nd risk for depression, conduct disorder, and psychotic disorder: a nationwide longitudinal cohort study in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