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가이드가 완벽한 탓

7n세 이모들과 떠나는 해외여행

by 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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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Li Yang


나는 기상시간이 빠른 편이다.

대략 오전 6시 전후로 일어나는 편인데,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나의 별명 중 하나가 할머니이다.

하지만 무릇 진짜 할머니라면 4시에는 기상해야 하는 법.

동도 트기 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는 큰 이모에게 7시부터 시작하는 조식은 한참 늦은 것이나 다름없다.


작년에 이모들과 내가 일본에서 머물렀던 호텔은 일본의 여러 호텔이 그렇듯이 대욕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침 우리 객실의 층과 대욕장 층이 같아 이용하기도 편리했다.

하지만 나는 공교롭게도 대욕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모들도 관광 후 휴식을 취하느라 별로 끌리지 않는 듯했다. 아쉽게도 다들 이용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듯싶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이 번쩍 뜨인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샤워 가운 차림의 노곤노곤해진 이모들을 맞이했다.

도무지 일의 영문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던 내게 이모들은 민망해하면서도 재밌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셨다.


평소처럼 새벽에 기상하여 일어나지 않는 조카딸을 기다리기 적적했던 두 분은 내내 가지 못했던 대욕탕을 이용하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카드키를 챙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방 안에 있으니 문을 열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그냥 나가셨다.

그런데 웬걸, 대욕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도 카드키가 필요했다.

이모들이 당황해하던 그때, 다행히 직원 한 명이 친절하게 이모들이 대욕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했다.


역시 비싼 호텔비엔 친절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속으로 안도하고 있는데 이모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


"네가 너무 편하게 잘 가이드해 줘서 순간 한국으로 착각했어."


여기가 외국이라는 걸 잠시 깜빡하고,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겨도 의사소통이 될 거라 기대하신 모양이었다.


간지러운 말에 약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내가 이모들과의 여행을 준비하며 들였던 수고를 알아주는 듯해 부끄러웠다.

잠깐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이모들이 내 도움 없이 두 분이서 대욕탕에 다녀왔다는 것도 뿌듯했다.

내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르던 여행 안에서 두 분이 능동적으로 여행을 즐기셨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모들은 이내 서로 왜 카드키를 챙기지 않았냐며 시시비비를 가리기 시작했다.

가벼운 말다툼이었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모들, 싸우지 마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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