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n세 이모들과 떠나는 해외여행
사진: Unsplash의Zoshua Colah
대학교 3학년 때, 권태기 아닌 권태기가 찾아왔다.
일상의 무엇도 재미있지 않았고, 학업도 전부 귀찮고 짜증났다.
그렇게 어딘가로 훌쩍 도망가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홍인혜 작가의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책을 만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훌쩍 영국으로 떠난 작가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 역시 영국에 가고 싶어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해 여름방학, 무작정 영국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더랬다.
학생이다 보니 그다지 자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숙소가 하이드파크 근처의 값싼 호스텔이었다.
대개의 호스텔이 그렇듯 이곳 역시 믹스룸(Mix room)이라는 것이 존재했는데, 말 그대로 성별 상관없이 지낼 수 있는 방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홀로 영국 여행에 떠날 준비를 하던 당시의 나는 제법 호기로웠던 모양이다.
나는 덜컥 믹스룸을 예약하고야 말았다.
처음 숙소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늦은 밤이었고, 나는 긴 비행에 몹시 지쳐있었다. 내 방은 4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장 10여 일 치의 짐이 든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야 했다.
하필이면 영국의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고, 더운 건 숙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일까. 내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이층 침대 아래칸에서 웃통을 벗고 자는 아랍계 남자였다.
유교의 국가에서 온 어린 나는 몹시도 당황했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아래 역시 벗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래 믹스룸이니까. 애써 쿨한 척, 오픈 마인드인 척 스스로를 속이며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새 모이만큼 간헐적으로 물을 뱉어내는 샤워기 아래에서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더랬다.
덕분에 나는 내가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하물며 이모들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에 있어 숙소만큼 중요하게 고려한 것도 없었다.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최소 3성 이상의 호텔로만 후보지를 선정했고, 그중에서도 서비스나 친절도가 높은 곳을 재선별했다. 즐겁자고 떠난 외국에서 불친절한 태도로 겪게 되는 불쾌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처사였다.
침대는 무조건 싱글 베드로 예약하는 편인데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여행도 잘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안 그래도 낯선 곳에서 잠자리마저 불편하다면 잠을 설치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조식이 맛있어야 한다.
위에서 밝혔듯 의식주 중 마지막이 제일 중요한 나는 음식이야 카페테리아에서 대충 빵으로 때우던 체인 음식점에서 때우던 아무 상관이 없지만, 우리 미식가 큰 이모에게는 음식이야 말로 가장 고려해야 할 1순위 대상이다.
음식 맛이야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리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순 없겠다만, 맛이 없다는 공통의 평이 3개 이상 있는 곳은 탈락시켰다. 언제나 맛있다는 얘기는 의심부터 드는 반면, 맛없다는 얘기는 왜 소신 발언처럼 느껴지는 걸까.
곧 앞두고 있는 여행의 숙소 역시 조식 맛집으로 유명한 호텔로 선정했다.
벌써부터 큰 이모의 반응이 기대가 된다. 과연 이 호텔은 큰 이모에게 별 몇 개를 받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의미로 두근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