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n세 이모들과 떠나는 해외여행
작은 인간을 관찰하는 일은 즐겁다. 짧뚱해서 도도도 뛰어다니는 게 귀엽고, 활기가 가득해서 보고 있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바로 자라나는 인간과 노화하고 있는 인간의 차이인가도 싶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샘솟는지 도무지 걷는 법이 없는 작은 인간들에게 어른은 얼마나 느리고 둔한 존재일까.
대학 시절 술을 마실 때면 선배들이 꼭 세상 다 산 노인처럼 하는 얘기가 있었다.
"너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3학년 올라와 봐. 다음날 숙취가 장난 아니야."
당시 고작 한두 살 차이가 얼마나 컸겠냐만은, 확실히 이 나이 먹고 깨달은 게 하나 있긴 하다.
20대의 나는 밤새 놀 수 있었지만, 30대의 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밤새 술을 마시고, 끊임없이 걸으며 수다를 떨고, 카페도 갔다가, 노래방도 갔다가, 마지막엔 해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던 20대는 자라서, 방을 잡고 놀아도 새벽 2시를 넘기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한 해 한해 깎여나가는 체력을 체감된다는 건 무척이나 슬픈 일이다. 아마도 40대의 나는 12시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물며 70대인 이모들에게 지나간 청춘은 어떻게 남았을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작은 이모는 젊은 나를 볼 때마다 자신의 아픈 무릎을 더 아파하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을 게 아니라 내 젊음의 반을 똑 떼어다 건네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말조차 기만일 것이다.
이모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신경 썼던 것 중 하나가 체력이었다. 난생처음 내 스스로 계획한 가족 여행이자 아빠의 환갑 기념 여행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혼자 여행을 가면 하루에도 2만보, 3만보를 걷는 나는 가족 여행에서도 제 버릇 개 못 주고 말았다.
얼굴만 빼면 아빠를 쏙 빼닮은 나는 급한 성격 역시 잘 물려받았고, 우리는 늘상 뒤쳐진 엄마와 동생을 놔둔 체 목적지까지 앞만 보고 걸었다.
그래서 내가 괜찮으니 다 괜찮은 줄로만 알았건만. 아빠의 입에서 먼저 잠깐 쉬었다 가자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빠가 더는 4, 50대가 아닌 60대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모들과의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는 일단 멀티비타민부터 샀다. 그리고 매일 하루에 하나씩 아침마다 이모들에게 건넸다. 정말 먹는지 안 먹는지 감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큰 이모는 '호강단지'를 한다며 웃었다.
걸어서 10분 이상은 되도록 택시로 이동.
미터기 올라가는 소리가 가슴이 아프다 못해 먹먹해진다는 일본 택시이지만 한참 서서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렸다 또 수많은 인파 속에 갇혀 이동하는 건 젊은 나나 가능한 일이었다.
또 일본 택시는 보조석을 비워두고 뒷좌석에 앉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 세 사람이 나란히 앉기엔 조금 비좁았다. 때문에 나는 늘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보조석에 앉았다. 모든 기사님이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셔서 감사했다.
구글맵이 걸어서 5분이라 알려줬다고 정말 5분이 걸릴 거라고 곧이곧대로 믿어서도 안된다. 모든 시간은 구글맵이 알려준 1.5배 정도로 여유를 둬서 생각하는 게 좋다.
중간중간 카페나 쉴 수 있는 휴식처를 찾아놓고, 예상했던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더라도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대로 호텔로 돌아가는 것도 염두에 두었다.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은 절대로, 절대로 피했다.
아무리 맛이 좋대도 무릎이 좋지 않은 이모들의 건강을 해칠 이유는 못 됐다. 어차피 일본은 예약이 되는 맛집도 많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후쿠오카 타워를 오르기 위해 장장 1시간을 기다리게 한 조카딸을 용서하시길.
줄이 생각보다 짧기에 금방 들어갈 줄만 알았던 나의 착각이 패착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모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