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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Jan 01. 2021

취준의 시작은 어둡다 못해 컴컴해

소소한 취준 일기 1 



요즘 하루 중 온전한 위로는 발밑에서 자던 우리 집 강아지를 깨워 끌어안고 잠을 청할 때이다. 

일이 잘 안 풀려서 우울하고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우울하고 

자는 것조차도 어떻게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사실 본격 취준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인턴을 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자신감은 나날이 바닥을 향해서 달리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과는 졸업을 하려면 학기 중에 60일 이상을 필수로 인턴을 한 뒤 인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따라 올해 3월 29일까지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인턴을 구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이게 뭐가 어렵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서류 탈락이 한 개.. 두 개.... 세 개.... 열개.. 늘어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난 뭘 했는가 우울해지고 있다. 어쩌면 내가 취업의 문턱을 너무 낮게 봤는지도 모른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25살 인생. 이력서에 적고 나니까 뭐 이리 아무것도 없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들 그 바쁜 와중에 그렇게 많은 자격증을 따고 그렇게 많은 활동을 했는지. 

나만 게으르게 산거 같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 맘만 드는 요즘. 그냥 이렇게 내 생각과 경험을 적으면서 사람들과 나누고 또 내 생각정리도 해야겠다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적기로 결심했다. 다른 글들도 못 적어서 밀린 게 한참인데... 올해는 꼭 모든 글감에 조금씩 글을 써봐야지 다짐하며... 취준 일기가 취업 일기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적어봐야겠다. 


또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맘먹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취업을 시작!!! 해야겠다!! 하고 맘먹은 순간부터 자소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면접은 어떻게 보는 건지 하나하나가 다 막막했는데 언젠가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적게 되었다. 아직 나도 취업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취업을 해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더라도 그냥 같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같이 으쌰 으쌰 했으면 좋겠다. 


가장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자소서 관련 수많은 글들과 유튜브들을 봐도 대체 뭐부터 보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막상 내 자소서를 쓰려니 첫 글자부터 막혔다. STAR 기법...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부터 보세요... 등등 수많은 팁들을 봤지만 볼 때는 오! 이렇게 쓰는 거구나 싶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이게 대체 뭔 말이지 이걸 어떻게 녹여내지 내 경험을 어떻게 안 식상하면서! 진실되면서! 또 설득적이게 쓸 수 있을지 대체 하나도 모르겠다. 


첫 기업 이력서를 제출할 때는 오! 이만하면 잘 썼는데 하고 제출했는데 서류 탈락이어서 음.. 이 기업과 나랑 안 맞았나 보다 싶었지만 그 뒤로도 탈락하는 기업들이 많자... 이건 나의 문제구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회사마다 쳐다보기도 싫고 혼자서 와 불매할 거야 불매! 하고 다짐했지만 생각보다 큰 회사들은 불매하기에는 내 일상이었고 그냥 난 떨어진 쓸쓸한 지원자가 될 뿐이었다. 


여전히 자소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고 취업한 친구들에게 첨삭을 부탁해봐도 여전히 미스터리인데 또 막상 자소서를 잘 안 읽는다는 사람들의 말을 보면 대체 내가 무슨 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뽑히길 바라는 맘을 담아... 써야지... 하면서도 순간순간 아니 날 대체 왜!!! 안 뽑아주는 거야!!! 나처럼 일 잘할 사람을?! 하는 맘 때문에 대충 써버리고 말기도 한다. 아직도 순간순간 이걸 왜 해야 해... 와 제발 뽑아주세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자소서를 쓰고 있다. 


올해부터 맘 잡고 다시 자소서들을 쓰고 제출할 예정인데 2021년... 회사 인사팀들아... Pick me.... 

그리고 지금 취준하는 모든 사람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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