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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Oct 05. 2019

낯선 나라에서의 첫 일주일

2017 



낯선 나라에서의 일주일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내 방에서 짐을 풀고 제일 처음 한 일은 구글 맵을 통해서 집 근처 마트를 검색한 것이었다. 나는 유학 짐을 정말 급하게 대충 싼 편인데, 유학을 갈 때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기도 했고 제일 크게는 짐 싸는 일 자체가 매우 귀찮았기 때문이다. 낯선 나라에 가서 생활하는 것인데, 나는 대책 없이 짐 싸는 걸 출발 하루 전에 급하게 시작해서 마무리했다. 요새는 한국에 가면 처음과 다르게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사두고 오기 전에 정리해서 꼼꼼히 가져오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오히려 더 잘 몰라서 대충 준비했던 것 같다. 처음에 급하게 싼 짐 안에는 전기장판, 몇 개의 옷가지, 냄비, 이불 등 간단한 짐 밖에 없었다.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올 때는 수화물 두 개 정도 들고 오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참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온 것 같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인데 필요한 물건은 다 팔겠지 싶었던 마음이었다. 냄비를 챙길 때에도 사실 굳이 냄비를 챙겨가야 하나 싶어 엄마가 냄비를 가방에 넣을 때 말렸었는데 막상 숙소에 도착해서는 냄비를 넣어준 엄마에게 고마웠다. 한 번도 자취도 해본 적 없던 나는 당연히 냄비, 프라이팬, 소금 등등 모두 그냥 집에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내가 그걸 사야 집에 있는 거라는 사실을 정말 잘 몰랐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면서 사 와야 할 물건들이 참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었다. 휴지, 소금, 컵, 프라이팬, 그릇... 집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이렇게 많았었는지 정말 몰랐었다. 당연한 것들이라 여겼던 것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무작정 구글맵을 믿고 밖으로 나가서 열심히 걸어서 마트에 도착하자 또 한 번 당황스러웠다. 모든 물건이 영어로 적혀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딸기나, 오렌지나, 이런 것들은 사실 언어가 적혀있지 않더라도 그냥 아 이건 딸기구나, 오렌지구나 하고 알 수 있었지만, 고기들 마저도 이 부위는 무슨 부위인지 알 수 없었고 소스들 역시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또 마트는 크고 넓어 내가 찾는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없었다. 직원에게 묻고 물어 겨우겨우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처음으로 스파게티를 해 먹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던 나는 혼자 스파게티를 만들고 스스로 엄청 대견해했었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자취생으로 한 발짝 내딛는 기분이 들었었다. 


처음 살았던 집의 창문


그렇게 혼자서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떴다. 그냥 처음이라 모든 게 설레고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일마저 설렜던 것 같다. 다음 날에는 유학원에서 만난 언니가 우리 집으로 오기로 되어있었다. 한국에서 오기 전 유학원에서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한두 번밖에 안 봤었지만 여자들 중에 내가 유일하게 집을 구해서 다들 우리 집에 잠깐 얻혀 살기로 했었다. 어떻게 한 번 두 번 본 사람들과 같이 살 생각을 했는지 그때의 나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그렇게 같이 살기로 결정했던 것이 뒤돌아보면 나의 유학생활에 있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이서 정말 그 작은 방에 같이 살게 되었는데 함께 보낸 첫 달 덕분에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언니들과 친구는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친한 사람들로 남아 있다. 아무튼 내가 온 다음날 온 언니와 인사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장을 보러 가려는데, 수동으로 문을 열어야 했던 엘리베이터에 고양이가 잘못 타서 혼자 끼어 버린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고양이를 꺼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엘리베이터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고양이를 구출해달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언니는 온 첫날부터 고양이를 구조하는 일을 했다. 사소한 일이지만 도착한 지 두 번째 날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신기하기도 하고 아 이나라는 고양이가 많은가? 하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2-3일 간격으로 다른 언니 한 명과 나와 동갑내기 친구 한 명이 도착했고 우리는 매일 같이 밥을 먹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친해지게 되었다. 이때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해서인지 하루하루가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갔다. 밥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수다 떨면 하루가 끝나 있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심지어 겨울이어서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졌는데 해가 뜨는 것마저 신비롭고 새로웠다. 



첫 일주일 간은 정말이지 아직도 내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 조차도, 내가 눈을 뜨는 곳이 유럽인 것이 신기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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