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밴쿠버에서 살아남기
"오빠 요새 행복해?"
밴쿠버 생활 2년이 넘어가는 요즘, 특히 내가 졸업한 뒤 와이프가 자주 물어본다. 이 말을 듣고 나면 잠시 생각에 잠긴다. 타국에 와서 2년이 안 돼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취업은 안되고 있지만 와이프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생활비 걱정도 없다. 그리고 아이도 학교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한 거 같다. 심지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밴쿠버에 온 뒤로 회사를 다닌 적이 없으니 업무 스트레스도 없다. 그런데 왜 난 행복하지 않은가? 아니 왜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인가.
누가 내게 행복하냐고 물어볼 때,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행복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내 행복자격에 대해 고민한다.
에이~ 바로 대답 못하면 행복한 게 아니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난 행복하지 않은 건 또 아닌 것 같다. 미세 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습도가 낮아서 선풍기 없이도 지낼 수 있는 여름등을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면 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건 내가 행복을 무엇인가를 이룬 뒤에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최근에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갑자기 행복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국립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행복을 찾아봤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행복은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누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지만 나는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남을 설득시킬만한 증거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느낌을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나의 느낌을 오롯이 나에게서만 나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응! 난 오늘 매우 행복해.
좋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