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생활
Leo의 Grade 5가 끝났다.
그는 방학이 시작되었고,
내 방학은 끝났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Summer School을 등록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Vancouver School Board(VSB)에서 운영하는 Summer Learning Program이다. 즉, 길고 긴 여름방학에 미안함을 느낀 학교측에서 학부모에게 하사하는 2주간의 최후의 만찬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Morning Class/ Afternoon Class가 있고 둘 다 들을 수 있지만, 하나의 과목만 무료고 두 개 다 들을 경우에는 추가로 돈을 내야 된다. 작년에는 Afternoon Class를 들었다. 왜냐! 방학이니 아침 늦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냐고? 바로 나!
하지만, 올해는 Leo가 반 친구들 몇 명과 사전모임을 같더니 다 같이 Morning Class를 듣고 돌아가면서 서로의 집에서 Playdates를 가지겠다고 선포했다. 처음에는 애들끼리 그냥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며칠 후에 Leo 반 친구의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윙~ 윙! 영어공습 경보!!"
머릿속에서는 사이렌이 울리고 반사적으로 ChatGPT를 켰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영어로 대화하게 되면 난 갑자기 신중한 사람으로 변한다. 상대방의 말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 말도 몇 번씩 곱씹은 뒤에나 내뱉는다. 한국어로 대화할 때는 마치 래퍼같이 말을 때려 박는 것과는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마침 Summer school 수업 날짜는 12일 이고, playdates하는 인원은 3명이어서 4일씩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첫주 목/금. 다음주 금. 그 다음주 금요일을 내가 맡기로 했다. 사실 다른 2명 애들 엄마들이 고르고 난 뒤에 남는 것을 가졌다. 위에서 말 했다시피 난 영어로 대화 할때는 신중하고 너그럽다. 하하.....
대망의 Summer school 첫 날. 12시에 Morning class가 끝나고 Leo를 포함해 애들 3명은 점심을 먹고 있었고, 12시 30분에 픽업을 갔다. 집에 와서 애들은 바로 Leo 방으로 올라 갔다.
"녀석들 뭐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간식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올라가봤다.
역시나 다같이 Game을 하고 있다. 될성부른 녀석들 미래의 Faker가 되려는 건가.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농구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학교 농구장으로 가는 중에 다른 반 친구 집에 들려서 그 친구도 Playdate에 참석시켰다.
서로 장난쳐가면서 농구장으로 가는 애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내 어릴적 방학을 떠올려보았다. 근데, 기억이 잘 안난다. 기억나는 것들은 집 근처 양로원이 딸려있는 놀이터에서 야구배트 거꾸로 잡고 야구하던 장면, 친구 집에서 장난감과 볼팬을 가지고 축구했던 기억. 병뚜껑을 밟아서 납작하게 만든 뒤 그걸로 딱지치기 하던 기억들. 그때 깐돌이라는 병뚜껑이 제일 좋았던 기억이 있다. 기억이 왜곡되서 깐돌이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기억하겠다.
짧지만 더웠던 농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온 애들은 또 다시 게임을 한다.
그래.....즐거우면 됐다.
오늘 유난히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혼자 밴쿠버에 있어서 더 그런듯하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많이 보지는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