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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힘

인문학연구소공감

“커가면서 그림책 보는 것을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계속 읽고, 쓰고, 그리도록 하세요”


한국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2010년 7월, 영국 캔터베리에서


앤서니 브라우니



'우리 아빠가 최고', '돼지책'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도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그림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의 원화작품전이 부산 KNN에서 열린다고 하여 예전에 아이들과 방문했다.


작은 스케치에서 시작된 그림이 스토리로 발전되고 책으로 발간되어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에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작가 특유의 깊은 심리적 통찰력으로 말로 표현되지 않는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 내고 있었다.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 예술은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어령박사가 말했는데, 과연 그림책 원화전시전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작가의 그림세계를 보여주었다. 인간의 심층에는 사실로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 대답은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작가는 아들의 자살로 슬퍼하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슬픔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 어떤 울림이 생겨나고, 거기에 솟아나는 것을 일종의 결정체 같은 형태로 표현한 것이 그림책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림책을 몇 번이나 읽어야 할까? 가와이 하야오는 '그림책의 힘' 책에서 우리는 그림책을 3번 읽어야 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읽어줄 때 처음 그림책을 읽고, 훗날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두 번째 읽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한번 더, 인생의 질곡을 거친 노년기에 다시 한번 더 그림책을 읽는 세 번째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 지닌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림책이란 결코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임을 말해준다.


그림책 원화전을 둘러보며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니라 ‘어른이 어린이에게 읽어주는 책’인 것을 더 체득하게 된다. 어린이 스스로 읽는 것보다 어른들이 읽어줄 때 아이들은 더 넓은 눈으로 그림책을 대할 수 있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읽어주는 글을 들으며 마음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가는 듯하다.


앤서니 브라운 원화전시전은 그림책의 숲 속을 산책하는 느낌을 주었다. '나와 너'라는 작품에서는 우리 가정이 슬퍼 보인다고 해서 다 불행한 것은 아니며, 즐거워 보인다고 해서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아이들이 곳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보고 또 작품도 감상하고 뛰놀면서 그 풍부한 상상과 감상의 세계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가 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5년 이제 물만골문화센터에서 마을주민과 부산시민들이 모여 함께 그림책을 읽는 모임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한분은 이곳에서 읽은 그림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었다. 삶의 힘든 자리에 계신 노숙인분이 이 이야기에 감동이 되었다고 한다.

나만 읽지 말고 들려주고 나눠주는 인문학연구소공감 그림책 읽기, 동참하지 않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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