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문화 탐방

필리핀 세부 여정

지프니를 처음 탄다. 세부한인교회서 박지덕 선교사님의 문화해설을 듣고, 미션 수행지를 받아, 시티홀로 가서 마젤란 십자가, 산토니뇨 성당, 산 페드로요새를 다녀오는 것이다.

지프니는 미국 점령기 나 두고 간 지프차를 개조해, 성단의 긴 의자를 양쪽에 놓고 서로 마주 보며 갈 수 있게 하는 현지의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길을 물어 지프니의 행선지를 알아내고 총 9명의 팀원이 함께 탑승한다. 요금은 12페소에서 20페소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13페소의 오래되고 작은 지프니를 탄다. 요금은 탑승자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져 운전석으로 가고, 가족으로 보이는 분이 앞에서 거스름돈이 있으며 또 손에서 손으로 건네 탑승자에게 돌아온다.

가는 길에 세부 중심부 ‘칼본 마켓’을 관통해서 가는데, 8월의 열기 속에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처럼 확 덮쳐온다. 곳곳마다 열대과일들 아보카도, 망고, 두리안 등이 보이고, 한 아저씨는 웃통을 벗고 온몸으로 리어카 같은 것을 잡고 짐을 힘차게 운반하며 뛰고 있다. 이곳은 현지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식재료를 구입할 정도로 신선하고 값싼 식자재가 많다.


시청 정류장에 내리니, 눈앞에 뒷모습의 큰 형상이 보였다. 스페인 왕의 형상 인가하여 돌아가 보니 아기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유명한 아기예수(산토니뇨)를 거대한 모습으로 만들어 둔 것이다. 그 아래 십자가와 기도 의자가 있는 기도처가 있다. 이곳 택시에서 기어변속기에도 산토니뇨가 있는 것을 본다.


세부 단기선교 19.jpg

길 건너 시청 건물로 가니, 필리핀의 영웅인 호세 리잘 상이 서 있다. 필리핀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 얼론인, 의사, 발명가, 번역가, 사업가, 교육가, 작가로 라몬 막사이사이와 함께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나무위키사전 참조)이다. 그는 ‘나태하고 야만스런’ 필리핀인에게 문명을 전해준 스페인 식민제국의 식민통치가 정당하다고 자화자찬하는 책에 대한 반박 글을 발표한다. 식민주의 현실을 폭로하는 소설 ‘놀리 메 탕헤레(나를 만지지 마라)’를 발표하기도 했다.

라잘은 내란음모 혐의로 총살형에 처해진다. 그의 평화 혁명을 지지하던 이들이 탄원했지만, 1896년 12월 30일 마닐라에서 공개총살형을 당한다. 리잘의 죽음은 필리핀인들의 가슴에 독립의지를 불 지르는 계기가 되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8월의 계절에 스페인 식민통치에 항거한 리잘의 모습이,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며 독립운동을 했던 투사들과 현재의 한국정치와 오버랩되며 잠시 생각하는 자리가 된다.

돌아서니 바로, 마젤란 십자가 돔과 그 안의 십자가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곳에 인파가 북적인다.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자 이곳에 이렇게 온 것일까?

스페인의 배를 타고 최초로 세계일주를 했다는 마젤란이 1521년 필리핀 세부에 당도하여 전한 3미터짜리 큰 십자가. 이 십자가 조각을 떼어가 병을 낫게 하고 소원을 이룬다 하여 훼손이 심해져 단단한 커버를 씌웠다. 마젤란 일행이 세부 추장 라사와 그 아내를 만나고 세부에서 800명의 원주민이 세례를 받게 된 것이 필리핀이 카톨릭 국가가 된 시발점이라고 한다.



세부 단기선교 13.jpg

마젤란이 라사 추장의 아내에게 전한 산토니뇨(아기예수)를 기념해 세운, 산토니뇨 대성당이 가까이 있다. 이곳은 짧은 바지나 치마, 샌들을 신고 들어갈 수 없다. 그만큼 성스럽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사람들이 촛불을 켜놓고 뭔가 소원을 빌고 있는 회랑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니 사진촬영이 금지되는 샨토니뇨 박물관이 있다. 산토니뇨가 전해진 역사, 그 형상의 변천사와 형상, 스페인의 전해준 문물, 그리고 각종 역사 유물이 같이 모여있다.

산토니뇨 오리지널 상은, 산토니뇨 성당 안에 모셔져 있다 한다. 사뭇 경건한 분위기의 대 성당 긴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에게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의 신의 도움을 구하고 거대한 공백을 가슴 한구석에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그렇게 그곳을 나와 ‘산 페드로 요새’로 발길을 돌렸다.



세부 단기선교 23.jpg

일행은 1인당 30페소의 입장료를 내고, 요새에 발을 들였다. 이 성은 1738년에 지어진 삼각형 모양의 스페인식 석조요새이다. 이곳은 1565년 스페인 정복자미겔 로페스 데 레가스피와 그의 군대가 처음 축조했다. 이것이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를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부에 다가오는 외국 선박과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산 페드로’는 성 베드로의 성인(Saint Peter)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석회암과 산호석으로 된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 세기동안 여려 공격을 견뎌내었다. 미국 지배기에는 학교와 병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본 점령기에는 군사기지와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

성벽 입구에는 마젤란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마젤란을 죽음으로 끝낸 막탄섬의 라푸라푸 추장을 기리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외부 세력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운 독립의 정신의 라푸라푸를 통해 이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성벽 위를 거닐면 팔월의 한 여름이지만, 부드러운 미풍 속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된다.

세부 단기선교 24.jpg

모든 여정의 마지막 코스이다. 김종삼 집사님의 가이드로, 막탄섬 아래쪽 보홀섬 쪽으로 내려가는 올랑고 바다를 간다. 우기가 한참이라 걱정했는데, 하나님은 이 바다 위에는 찬란한 태양을 비추신다. 하늘빛은 바다로 그대로 반사되어 에메랄드 빛 산호초 바다는 청춘을 부른다.


세부 단기선교 47.jpg


호핑으로 청년들은 바다에 뛰어들며 총천연색 각종 열대어들을 마주한다. 나도 바다에 뛰어들었다. 몇 년만의 해수 입수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나님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계의 바다를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성이 차지 않는다. 온몸으로 뛰어든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저 아래쪽에는 굵은 해삼도 보인다. 김 집사님이 구워준 새우들과 갓 잡은 성게를 요리한 것을 밥과 함께 손으로 집어 먹으니 이곳이 바로 천국인가 싶을 정도이다. 꽃게와 새우를 넣어 끊인 선상의 라면은 과연 일품이다.


세부 단기선교 59.jpg

세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이제 큰 아이는 한국으로 유학하고, 자신은 작은 아이와 아내와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시며 교회를 섬기시는 이야기, 외국에서의 한인의 고단한 삶과 인생의 짭짤한 맛을 그의 표정과 말투로 느낀다. 우리 팀을 위해 최고의 풍경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맛있는 요리를 현지인들과 함께 준비해 주고, 또 세부의 역사와 유적 그리고 한인들의 삶을 맛깔나게 나눠주시고, 인생 샷들을 찍어주셔서 고맙다.


세부 단기선교 7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두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