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넘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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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토요일인데 현지 학생들이 정복에 모자까지 갖춰쓰고 운동장에 7시에 모였다가 흩어진다. 독립기념일 행사를 참여하기 위한 조례식이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짐을 정리한 뒤 처음 탔던 차에 다시 짐을 넣고, 1시간 30분 정도를 인도네시아 도로를 지나, 국경 검문소로 간다. 이번엔 정신을 차리고 거리의 풍경도 보고, 영상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K부장이 인도네시아의 국경을 넘는 우리 일행을 앞서가 사진을 찍는다. 이 순간을 고이 간직하라는 말이겠다. 우리 삶에 한계가 닥쳐온다. No Way의 순간, New Way가 열리고 있음을 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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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제 다시 KJ부장을 만나, 함께 말레시이아 산지족 원주민이 사는 오지의 시바까르로 향한다.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 높은 열대의 나무와 신비로운 산의 풍경들이 우리를 스쳐 지난다.

산지 꼭대기 마지막 경계선에 사는 사람들, 4대의 차량은 그곳까지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지역보다는 훨씬 정돈되고 수돗물도 나오고 안정된 느낌이다. 우리 일행을 위해 코코넛을 따고 다듬어 일인(一人) 일 코코넛을 제공한다. 청량한 코코넛의 맛과 향을 한껏 빨아들인다. 환대의 자리에 또 우린 선 것이다. 우리를 위해 고기도 준비하시고, 수박과 바나나도 챙겨주신다. 청년들은 식당 옆 숙소와, 일행들은 또 촌장님 댁 2층을 숙소로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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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까르’, 처음 들어 본 지명, 말레이시아에서도 인도네시아와의 경계, 산지 끝마을, 이반족이라는 원주민들의 마을, 쿠칭에서는 2시간 정도의 거리다. 왜 김 선교사는 이 먼 곳까지 거의 매주 오가는 걸까?

한국분이 그렇게 이곳에 와서, 유기농 양돈 사업을 시작하며 지역주민들에게 돼지를 나눠주는 일을 한다. 엄격한 유기농 관리법을 몸소 알려주고,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면 밤을 새기도 했다. 그렇게 십여 년, 동네 촌장님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그 순수한 마음을 알고 모이기 시작했고, 10여 년간 헐빈했던 이곳이 이젠 꽉 차도록 들이찼다. 자신이 몰고 다녔던 고급차도 돼지를 나르기 위한 차량과 맞교환하며 이익을 따지지 않고 이곳에 생명을 심었다. 일흔이 되시는 때 구순 노모의 건강악화로 이곳 일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게 K부장에게 이곳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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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으로 3여 년, K부장은 시바까르 산지에-매월 둘째 주간의 밀림마을 순회일을 제외하고는 토요일마다 모임을 하고, 하루를 자고 또 모임을 한다.

Waterfall 표지가 있다. 함께 그 길을 걸어 내려간다. 열대림의 큰 나무들 사이로 그 그늘을 지나니 신비경을 마주한다. 큰 바위가 머리 위에 드리우고 그 앞으로 물줄기가 떨어지는 풍경도 본다. 아무도 없는 그곳이 우리의 놀이터가 된 듯, 2중 3중 폭포아래 시원한 물줄기를 맞는다. 물장구치고 고함을 지르고 이 열대의 더위를 날린다. 그 물줄기 사이로 나뭇잎 하나가 떠간다. 그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한 것. 그분의 열심히 이끌어가는 거대한 흐름 속 내 작은 삶 하나 일엽편주로 얹어 순명(順命) 하라신 젊은 날의 환상이 떠오른다.

나 또한 그 흐름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흘러 흘러 왔다. 그분의 부르심에 삶을 내어 맡긴 채 말이다. 그 광경이 폭포의 소리 청년들의 함성소리와 어울려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촌장님 댁 2층 KJ부장과 같은 방에 짐을 풀었다. 샤워를 하고, K부장과 건물 안쪽 편 바나나 야자수와 산야의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는 빗소리에 멈춰 섰다. 그곳 빈자리에 개인 쉼터를 짓는 시드 머니(seed money: 종잣돈)가 확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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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無主空山)은 말없이 구름을 머금는다. 우리 청년들은 그곳에서 역동적인 춤과 노래를 한다. K부장은 이번엔 줄줄 흐르는 말레이시아어로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이 하루 만에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로 경계를 넘고, 산지에 이르고 폭포를 방문하고 현지 식사를 하고, 저녁 모임을 함께 한다. 매 순간이 경이롭고 놀라울 뿐이다. 우리 팀은 밤늦은 시간, 교육관에 모여 한 사람씩 이번 출국에 대한 느낌과 소감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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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각자의 삶에 이번 일정에서 들려진 이야기들이 있다. K부장은 이 마을에 한 분의 집에 들어가 보았는데 혼자 사시고, 집안 한쪽에 쌀을 가득 모아 놓은 풍경을 보았다. 은행계좌도 없고 도시와 떨어진 이곳에서 노후준비로 모아놓은 쌀이었다. 그렇게 외로운 이 마을에 K부장이 있다. 청년들은 내일 노래를 위해 불을 켜고 드럼을 치고 연습 중이다. 그 풍경을 숙소에서 바라보니 애쓰고 수고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늘과 가까운 이곳에 별빛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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