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오지랖이었다

by 덜자란사십대

때는 군대에 입대하고 신병교육이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던 일상 속, 아침 구보 시간은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곤 했죠. 저는 원래부터 좀 까불거리는 성격이었고, 누구와도 편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새로운 곳에 가면 먼저 웃으며 말을 건네고, 사람들과 쉽게 벽을 허물고 친해지는 것을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제 성격이 그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구보를 하던 중이었어요. 저는 평소에도 제가 달리는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문득 옆에 있는 고참에게 농담처럼 말을 건넸죠. "고참님, 제가 달리는 게 좀 우스꽝스럽지 않습니까?" 평소 같았으면 스스럼없이 던졌을 농담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별생각 없이 넘길 만한 가벼운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고참의 반응은 냉랭했어요. 마치 '그걸 왜 저한테 이야기하냐'는 듯한 싸늘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그 눈빛과 말을 들었을 때, '아,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했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그리고는 아직 입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고참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며, 구보가 끝난 후에 정말 혹독하게 혼이 났죠. "야, 너 같은 웃긴 녀석 처음 본다"며 조롱 섞인 질책과 함께 이어진 폭력은 갓 들어온 이등병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사사건건 그 고참에게 찍히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이 일로 계속 혼나고 질책받고, 때로는 맞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했던 행동이 오히려 저의 오지랖이었구나.' '오지랖'은 흔히 말해 '나댄다'는 이미지로 제게 다가왔고, 저는 그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갔던 저의 성격은 점점 움츠러들기 시작했고, 저는 점차 소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갔어요.


그 사건 이후, 저의 대인관계 방식은 사회생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혹은 어떤 상황에서든 제가 먼저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게 된 거예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할 것 같아서 선뜻 내 생각대로 하자고 말을 못하곤 했죠. 그러다 보니 사람 많은 곳에는 잘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경험은 제게 뼈아픈 교훈을 줬습니다. '다른 사람은 저와 동일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던 거예요. 제 기준과 의도가 상대방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잔인한 현실을 군대에서 배웠어요.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중함을 기하게 되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오해를 살 일은 줄어들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진심을 담아 다가가려 해도 혹시 또다시 '오지랖'으로 비치거나 상처받을까 봐 주저하게 되는 거죠. 나이 마흔이 된 지금도, 저는 그날의 구보와 함께 새겨진 그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완벽하게 '자라지 못한' 저의 한 단면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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