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학생 때였습니다. 운전병으로 뽑힐까 싶어 부랴부랴 운전면허를 땄던 터였죠. 면허를 따자마자, 아직 서툰 운전 실력에도 차를 몰아보고 싶은 욕구, 아니 욕망이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운전하는 것에 대한 묘한 설렘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대학교 한 학기를 마치고 군대로 떠나기 위해 휴학계를 제출하고, 자취방에서 짐을 챙겨 집으로 오는 길이었어요.
집에서 말리는 어머니를 졸라서 제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죠. 풋내기 운전자에게 서울 시내는 너무나 복잡하고 낯선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심조심 운전을 하던 중,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운전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차선 변경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거든요. 좌회전을 하려고 차선을 바꾸다가, 옆에서 오던 차와 그만 '쿵' 하고 부딪히고 말았죠.
사고가 나는 순간 '아차!' 싶었어요. 좀 더 잘 볼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생처음 겪는 사고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상대편 차주와 이야기를 나누며 사고를 수습하셨습니다. 그때는 정말 너무 놀랐어요. 난생처음 운전하고 처음으로 사고를 낸 거였으니까요. 그 충격 때문인지, 저는 아직도 차선을 변경할 때면 긴장할 때가 많아요.
사고를 수습하고 간신히 집에 도착했어요. 잔뜩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버지를 봤는데, 아버지가 저를 보자마자 하신 첫마디는 "너 때문에 차가 망가졌잖아!" 하는 원망 섞인 이야기였습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죠.
저는 내심 아버지가 저를 먼저 걱정해주실 거라고 기대했나 봅니다. 다친 데는 없는지, 많이 놀라지는 않았는지 같은 질문들이요. 하지만 아버지는 저를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차만 망가졌다고 이야기하셨죠. 그래서 제가 되물었어요. "사고 난 저는 걱정이 안 되세요?" 그랬더니 오히려 큰소리낸다고 혼났었죠. 그날의 서운함은 제 마음속에 깊이 박혔고, 그것 때문에 아버지와는 더 이상 친해지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도 친척들이 올 때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사고 친 이야기로 계속 하시더라고요.
군 입대를 앞두고 어쩌면 아버지를 이해하고 더 가까워질 기회였을지도 모를 그 순간, 저희 부자 관계는 오히려 삐끗하고 멀어진 셈이었죠. 그 이후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그저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아버지도 어쩌면 저처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던, 아직 '덜 자란' 한 사람이었나 싶습니다. 저도 이 나이 정도가 되니,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제 아이에게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 전달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