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서툰 진심
중학교 때였어요. 우리 반에는 친구들보다 한 살 많은 형이 한 명 있었죠.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좀 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나와 친구 한 명, 이렇게 셋이서 그 형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죠. 집도 가까워서 그 형 집에 자주 놀러 가곤 했어요. 왜냐면 그 형 집에는 당시 유명했던 게임기부터 게임까지 없는 게 없었거든요. 그 집에 가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 형한테 왜 한 살 늦게 학교 다니냐고 물어봤지만, 형은 그저 몸이 안 좋아서라고만 이야기할 뿐, 다른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던 중, 갑자기 일이 터졌어요. 당시 싸움 좀 한다는 아이들이 우리 반에 와서 그 형한테 시비를 걸기 시작하는 거예요. 한 살 많다고 대수냐는 식으로 으스대면서요. 그러자 형이 "그만해!"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뛰쳐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담임선생님이 우리에게 그 형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셨어요. 그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형이 몸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1년 늦게 학교를 다녔구나, 하는 것을요. 나는 정성껏 편지를 썼어요. 그 내용은 아직도 기억해요. "형, 내가 괴롭힌다고 학교 안 오는 거 아니지? 이제 학교 와. 내가 안 괴롭힐게." 이렇게요.
그런데 나는 형을 '괴롭힌다'는 게 정말 말 그대로 괴롭힌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 평소 형이랑 장난치던 걸 생각해서 친근하게, 장난 식으로 쓴 거였죠. 근데 담임선생님이 그만 오해를 하셨나 봐요. 반 학생들 모두가 있는 앞에서 내 편지를 그대로 읽으시더니, 읽자마자 그대로 찢어 버리셨습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타박을 하시던지,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어요.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내 편지가 찢어지고 꾸중을 듣는 그 순간이 너무나 수치스럽고 아팠어요. 내가 그런 의도로 쓴 게 아니라는 걸 왜 한 번 더 물어봐 주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몰랐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일이 있고, 같이 놀던 친구랑 나는 반 친구들이 쓴 편지를 들고 다시 형 집을 찾아갔어요. 형이 제게 "너는 왜 편지가 없냐?"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해줬어요. 선생님이 내 편지를 찢어버렸다고. 그랬더니 형은 "너가 뭘 괴롭혔냐?"는 식으로 웃으며 넘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그 형을 본 마지막이었어요. 그 형은 얼마 후 집도 이사 가고 해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죠. 그 형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보다는, 담임선생님의 그 행동이 너무나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걸 보면, 오히려 그 상처가 역설적으로 그 형의 존재를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박아버린 것 같아요. 어쩌면 선생님이 편지를 찢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형의 존재조차 지금쯤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덜 자란' 중학생의 서툰 진심이 찢어진 편지처럼 날아가지 않고, 내 마음속에 아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