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체인, 그리고 작은 히어로

낯선 이에게 건넨 용기

by 덜자란사십대

정확히 몇 학년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날도 늘 그랬듯이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저 앞에 어떤 여학생이 자전거를 붙잡고 끙끙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고장 났나 봐요. 안간힘을 써도 안 되는지,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죠.

그때 문득,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불쑥 생겼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날은 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물어봤어요. "도와줄까?" 그러자 그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고마워!" 하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반가워 보이던지.

가서 보니 자전거 체인이 빠져 있었어요. 다행히 저도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다 보니 간단한 정비 정도는 할 줄 알았거든요. 기름때 묻을까 봐 조심조심, 땀 흘리면서 자전거 체인을 다시 끼워 넣었죠. 처음에 체인을 끼워서 돌려봤는데, 한두 번 정도는 다시 빠지더라고요. 그동안 여학생은 '이게 될까?' 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지만, 몇 분 안 걸려 결국 성공했습니다.

자전거가 다시 움직이는 걸 확인한 여학생이 연신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면서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데, 그때의 그 기분이란! 살면서 남을 도와주고 이렇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직접 들었던 것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슴속에서 뭔가 따뜻하고 뿌듯한 게 피어오르는데, 그게 뭔지 잘 몰랐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어요.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죠. 자전거 체인 끼워준 게 다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 작은 도움을 통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덜 자란 중학생이었던 저에게, 그날의 자전거 체인은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길을 걷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모습을 보면, 그때의 작은 용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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