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마주하는 나, 그리고 우리

글쓰기를 마치며

by 밝둡

브런치 3기는 1월에 시작해서 2월에 끝난다. 한해의 첫 달에 글쓰기의 출발을 같이 한다는 점이 두근거림은 없지만 안전해 보였다. 글쓰기 참여에 대한 글을 읽고, 일 년을 걸었던 빠르지 않은 속도감을 느끼며 고민의 제어 없이 결정을 했다. 요즘의 나에게 글쓰기는 당연한 일중의 하나였고 - 그런 당연함을 잠깐 의식했는데, 거기서 자만심도 함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마음이 벌써 온 게 내게 불행인지 혹은 이쯤이면 그럴 때가 한번 정도 오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3기 동안 내내 스스로 부끄러웠고, 갈 길을 잃었다. 누구의 말처럼 - 이번에 계획된 글제들의 목록을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었다. 글제는 두 달 내내 다시 확인해야했던 번거로움이 있는 곳에 숨어 있어서, 매주 처음 풀어보는 퀴즈 같았다.


처음에 등장한 플롯과 구조라는 글제인 커다란 글자에 사람들은 달라붙지 못하고 서로에게서 멀어져 제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다가 무언가 생각 난 사람이 일어났고, 우리들의 중간에 잠깐 등장해서 용기를 내어 커다란 글자를 수학문제처럼 풀어보려 시도했다. 글을 쓰기도 전의 주관식 문제에 객관식으로 답하려는 우리들의 시도는 하루 이틀을 갉아먹기 시작했고,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낮아지는 밀도처럼 우리는 성인을 지난 중년의 자격을 시험하듯 각자의 공간으로 놓였다. 침묵의 방이 우리에게 쿵 하고 떨어진 플롯이 주어졌다.


이번의 글쓰기 기간에 난 글쓰기에 관한 책 세 권을 골랐고, 퓰리처상 문장수업, 유혹하는 글쓰기는 완독 했고 글쓰기 생각 쓰기는 조금 남겨둔 상태로 건넌방 책장에 꽂아두었다. 곧 다가올 글제가 읽던 책의 몇십 페이지 뒤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악물고 읽는 눈에 힘을 주었던 날이 있었다. 그 부분을 다 읽고 새로운 글제의 한주를 맞이하고 싶었다. 두 바퀴 반의 다른 목소리의 닮은 이야기를 공부하며 새로운 글제를 마주한 나는 매주가 모의고사였다. 하지만 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시도라는 걸 했다. 실험에 가까웠다면 좀 더 기발했어야 했고, 반짝였어야 했다. 극단적인 결과값을 가져올 변수를 난 찾지 못했고, 매주 날 나의 한계에 집어던져 멍만 늘었다. 그리고 멍투성이가 되는 게 재밌었다.


브런치 글쓰기는 같은 책을 읽은 마음을 흘리지 않게 고스란히 얌전히 걸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다르다. 시작점에서 우리는 미로 밖에 있고, 서로를 한번 쳐다본 후 그 속으로 큰 호흡을 한 후 들어가는 구조다. 우리는 때때로 그 안 어느 곳에서 마주쳤지만 곧 헤어졌고 어느 모퉁이에서는 누군가 고민한 흔적을 손끝으로 비벼보고, 고민의 방향을 가늠하고 다른 길로 가기도 했다. 미로의 출구는 당신들의 생각보다 깊고 넓은 뿌리 같아서 그 어느 곳을 보아도 숨 쉬는 흙아래 혈관 같은 뿌리의 요동을 느낄 수 있었고, 벌렁거리는 콧구멍처럼 가까웠다. 거기서 우린 단어 몇 개로 배를 만들어서 강을 탔고, 문장을 조립해 언덕 위에 떨어진 별도 만났다.

그래서 길은 길 위에서도 있고, 길의 안에서도 자라났다. 신기한 경험을 하기 시작한 어떤 이는 주머니에서 자신도 잊었던 어릴 적 닿았던 혀가 남긴 사탕을 다시 입에 머금고, 반짝이며 빛나는 꿈의 길을 걸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난 미로의 벽을 허물며 외롭게 걸었다. 책에서 읽고, 읽어서 생긴 무기를 들고 난 웃었다. 그런 것들을 휘두르고 난 미로의 안내표지라던가 속임수를 무시했고, 고집의 실을 팽팽하게 잡고 걸었다. 길 위에서 벌어지는 먹고 자며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려다가, 한 번의 오타가 만든 왜곡된 삶을 힘으로 버티며 걸은 꼴이다. 재밌다는 마음을 쑤셔 넣으며 오기가 후려치고 간 어제들을 민망해하며 뛰는 자세로 걸었다.


2월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그러면 이번 글쓰기에서 굳힌 고집을 허물겠다. 재밌었다. 공부하는 마음이 도움이 컸다. 요즘에는 책 읽는 것도 재미있다. 어쩌면 책을 읽기 위해서 얼른 글쓰기를 해버려야겠다는 날도 있었다. 글이 내게 착 감기는 시기를 느끼면, 우리는 온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때를 누려야 한다. 그때 나의 마음은 그야말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기에, 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에게 왔는지, 그 책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었길래 그것이 보였는지, 공기의 기운을 기억해야 하고, 그 책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의 효과적인 방법이 내게는 이를테면 글쓰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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